임순혜 미디어기독연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하한 트위터 글을 한 차례 리트윗한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자문기구인 보도교양특별위원회 위원에서 해촉됐다. 그러자 불공정심의로 논란을 일으켜온 여당 추천 위원들이 또 다시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해촉 결정이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첫째, ‘막말’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이중잣대’이다. 박만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추천 위원 6인은 임순혜 대표가 지난 18일 경축 ‘비행기 추락 바뀐애 즉사’라는 사진이 포함된 트위터 글을 리트윗(인용)한 행위에 대해 “국민이 선출한 현직 국가원수에 대해 정책 비판이나 의견제시의 수준을 넘어, 사실상 저주에 가까운 내용을 리트윗함으로써 국가원수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했다는 이유로 해촉안을 통과시켰다.

임 위원은 “집회 풍경 소개인줄 알고 트윗에 올라 온 사진을 확인하지 않은 채 리트윗해 본인은 어떤 내용의 사진이 리트윗 되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그럼에도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밖에 볼 수 없는 트위터 글을 리트윗한 행위는 방통심의위 자문위원직을 수행하기엔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해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위원들이 공정기능을 수행하는 방송에서 나온 부적절한 발언이나 막말에 대해서는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는 지난해 11월 26일 민주당 의원의 불륜 의혹 문자메세지에 대해 “엄창(‘엄마 창녀’라는 말의 줄임말) 걸고 다시는 안하겠다 하고는 또 반복되는 거 싫다”(진성호 전 한나라당 의원)라는 성희롱 수준의 심한 욕설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장원재 사회자가 이 단어의 의미를 묻자 진 전 의원은 그 의미를 설명하면서 수 차례 이 단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여당 추천 위원들의 반응은 너그러웠다. 엄광석 위원은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에서 TV조선 측 의견진술자에게 “(박 신부의 발언은)상식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오죽했으면 ‘북에 가서 살라’고 말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어떻게 보나”라고 말했다. 물론 엄 위원은 “‘엄창’ 표현 나올 때 실망했다. 그건 아무리 사회에서 그런 말이 나와도 방송에서 할 필요가 없는데 해서 품위에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행정지도인 ‘권고’ 의견을 냈다.

   
▲ TV조선 <돌아온저격수다>
 
심지어 박성희 위원은 “이 프로그램의 성격이 풍자라면 그 차원에서 이해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풍자 프로그램이라면 방송에서 “엄창”이라는 표현을 해도 허용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법정제재 의견을 냈지만 여당 추천 위원들이 다수인 구조에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정미홍 전 아나운서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에게 ‘종북’이라고 주장한 발언을 내보낸 종편 3사에 대해서도 모두 ‘문제없음’ 결론을 냈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아나운서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벌금형 처벌을 받았는데도 심의위원들은 ‘문제없음’ 결론을 냈다.

두 번째는 해촉 절차의 적절성 여부이다. 박만 방통심의위 위원장은 임 대표의 리트윗에 대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이 문제제기하자 이틀 만인 21일 단독 상정했다. 자문위원과 관련한 해촉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초법적’ 해촉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또한 임 대표에 대한 해촉안을 상정하면서도 본인에게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 당사자가 직접 출석해 소명할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다. 임 대표가 소명 기회를 요청하자 그때서야 서면으로 소명서를 내도 된다고 했다. 초유의 해촉안 통과 이후 임 대표에 보낸 공문에는 해촉사유조차 나와 있지 않다. 임 대표는 24일 통화에서 “변호사에게 문의해보니, 애초 해촉에 관한 절차가 없기 때문에 사유를 기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야당 추천 위원인 김택곤·장낙인·박경신 위원은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위원의 직무상 과오가 아닌 이유로, 또 어떤 형태이든 인사에 관한 건임에도 출석 소명 기회마저도 거부당하였을 뿐만 아니라, 임 위원의 거취를 논의 할 시간적 여유를 갖자는 우리의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은 가운데 급박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우리는 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통심의위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번 해촉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 제20조 “심의위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정한 ‘특별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8조 제2항에서도 “특별위원은 위원회의 심의정책과 심의방향에 따른 직무수행 이외에 외부의 어떤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 임순혜 방송통신심위원회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이 지난 18일 리트윗한 다른 이용자의 트윗글.
 
야당 추천 위원 3인은 이와 관련해 “우리는 여야를 막론하고 심의위원을 위촉한 대통령이 심의위원의 직무수행이 아닌 사적인 언행을 포함한 기타의 이유로 심의위원을 해촉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이 규정을 해석해왔다”고 지적했다.

셋째, 리트윗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트윗을 리트윗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정근씨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조선중앙통신의 트윗들을 리트윗하였다고 해 트윗에 담긴 입장을 찬양 고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방통심의위는 하지만 ‘바뀐애 즉사’라는 사진문구가 담긴 트윗을 리트윗한 임 대표에 대해 “국가원수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하여 다수 여론의 비난을 받아, 결과적으로 위원회의 품격을 심각하게 저해했”다고 해촉했다. 사법부 판결과 비교해봤을 때, 무리한 해석인 동시에 과도한 결정인 셈이다.

임 대표는 “리트윗한 후 논란이 되자 삭제했는데 오히려 언론이 기사화하면서 사안이 확산됐다. 결론적으로 보면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저주를 퍼붓은 셈”이라면서 “일반 시민들은 방통심의위의 불합리적 의결 구조나 불공정 심의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오히려 이번 기회에 방통심의위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