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인사를 국립대 총장에.. 황당한 교육부
한국일보 이대혁 정지용 입력 2015.07.15. 04:50
과거 총장 선거서 금품살포 벌금형
논문 표절 의혹도 수십건 달하지만
교육부 "문제 없다" 임명 제청
과거 총장 선거에서 금품살포로 벌금형을 받고, 수십 건에 달하는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된 교수가 국립대 총장에 취임했다. 교육부는 의혹 당사자를 덜컥 차관급인 국립대 총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공주대, 경북대, 한국방송통신대 등의 총장 후보들에 대해서는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최대 16개월째 임명제청을 거부 중인 교육부의 이중잣대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실제 C총장은 동일한 논문을 제목만 바꿔가며 학술지나 논문집에 그대로 게재했다. 1992년 처음 학술지에 실린 이 논문은 1997년, 2002년, 2007년에도 제목만 살짝 바꾸고, 참고문헌 연도를 변조해 그대로 재활용했다. 2011년 한 전문지에 게재했던 논문을 제목과 목차를 고쳐 다른 논문으로 둔갑시킨 사례도 있다. 학교 관계자는 "서적도 자기표절 및 중복출판의 혐의가 짙은 경우가 다수 발견됐고, 문제가 된 서적과 논문은 모두 40여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단순히 특정 논문을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중복 게재하거나 인용 표시를 하지 않는 정도의 경미한 표절이 아니라, 수년 혹은 십수년 지난 논문을 다시 게재한 것은 심각한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평가다. C총장은 지난 2011년에는 총장선거 후보자로 나섰다가 금품을 돌린 혐의로 고발당해 사퇴하고 벌금형을 받은 전력까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총장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외압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공식 회의에서 표절을 확인했으나 C총장이 검증기간(5년)이 넓다며 반발하자, 결과를 임의 번복했다. 애초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총장 후보의 논문은 석ㆍ박사를 포함한 교수 재임 시까지 모두 검증하기로 결정했었다. 5년 이내 논문이나 저서도 심각한 자기표절이 발견됐지만 마찬가지 무시됐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는 "비리전력에도 불구하고 타대학 총장에 임용된 뒤 다시 돌아와 총장으로 임명제청 된 것만 봐도 뒤에 봐주는 이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일부 교수들은 학내에 이 같은 비리를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고 판단, 직접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학교는 내홍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C총장의 표절 논란은 이 대학의 연구윤리위원회에서 승인된 것이라 문제가 없어 임용제청 했다"고 해명했다. C총장도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논문 표절이 아닌 중복 게재이며, 그 당시에는 학계에서 인정이 되던 관행"이라며 "교육부에서도 논문을 조사해 관행이라고 인정한 것을 총장 임용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문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논문 표절 의혹도 수십건 달하지만
교육부 "문제 없다" 임명 제청
과거 총장 선거에서 금품살포로 벌금형을 받고, 수십 건에 달하는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된 교수가 국립대 총장에 취임했다. 교육부는 의혹 당사자를 덜컥 차관급인 국립대 총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공주대, 경북대, 한국방송통신대 등의 총장 후보들에 대해서는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최대 16개월째 임명제청을 거부 중인 교육부의 이중잣대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14일 경남의 한 국립대 총장에 취임한 C교수는 지난 2월 1순위 총장 후보가 된 직후부터 논문표절로 인한 연구윤리부정 의혹이 제기됐다. 학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와 교수협의회의 검증 결과도 C총장의 연구부정행위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실제 C총장은 동일한 논문을 제목만 바꿔가며 학술지나 논문집에 그대로 게재했다. 1992년 처음 학술지에 실린 이 논문은 1997년, 2002년, 2007년에도 제목만 살짝 바꾸고, 참고문헌 연도를 변조해 그대로 재활용했다. 2011년 한 전문지에 게재했던 논문을 제목과 목차를 고쳐 다른 논문으로 둔갑시킨 사례도 있다. 학교 관계자는 "서적도 자기표절 및 중복출판의 혐의가 짙은 경우가 다수 발견됐고, 문제가 된 서적과 논문은 모두 40여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단순히 특정 논문을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중복 게재하거나 인용 표시를 하지 않는 정도의 경미한 표절이 아니라, 수년 혹은 십수년 지난 논문을 다시 게재한 것은 심각한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평가다. C총장은 지난 2011년에는 총장선거 후보자로 나섰다가 금품을 돌린 혐의로 고발당해 사퇴하고 벌금형을 받은 전력까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총장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외압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공식 회의에서 표절을 확인했으나 C총장이 검증기간(5년)이 넓다며 반발하자, 결과를 임의 번복했다. 애초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총장 후보의 논문은 석ㆍ박사를 포함한 교수 재임 시까지 모두 검증하기로 결정했었다. 5년 이내 논문이나 저서도 심각한 자기표절이 발견됐지만 마찬가지 무시됐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는 "비리전력에도 불구하고 타대학 총장에 임용된 뒤 다시 돌아와 총장으로 임명제청 된 것만 봐도 뒤에 봐주는 이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일부 교수들은 학내에 이 같은 비리를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고 판단, 직접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학교는 내홍을 겪고 있다.
문제는 교육부의 이중적인 행태다. 연구부정 의혹이 제기된 사실과 선거부정 전력자임을 알고도 총장으로 임용제청 한 것은 국립대 총장 인선에 대한 원칙과 신념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교육부는 소송에서 번번히 패소하면서도 주요 국립대 총장후보들에 대한 임명제청은 특별한 이유없이 계속 미루고 있다. 이로 인해 공주대는 16개월째, 경북대는 10개월째, 한국방송통신대는 9개월째 총장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이들 대학이 위치한 지역사회와 동문들의 총장 임명제청 요구가 빗발치지만 교육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유은혜 의원은 "심각한 연구윤리부정 의혹을 받은 국립대 총장이 교수,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올바른 학문연구 풍토를 정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어떤 대학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임용제청을 거부하고, 문제가 많은 대학은 일사천리로 임용해버리는 교육부의 이중잣대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C총장의 표절 논란은 이 대학의 연구윤리위원회에서 승인된 것이라 문제가 없어 임용제청 했다"고 해명했다. C총장도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논문 표절이 아닌 중복 게재이며, 그 당시에는 학계에서 인정이 되던 관행"이라며 "교육부에서도 논문을 조사해 관행이라고 인정한 것을 총장 임용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문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