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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잘 돌아가나?

노무현 때는 대통령을 거리의 두더쥐 때리는 게임기처럼 대통령 때리기가 국민 스포츠가 됐었는데.. 그 때 좋았던 걸 이제 알겠니?

by skyrider 2015.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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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내라 '민상토론'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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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민상토론'이 처음으로 결방했다.

KBS 측은 "완성도가 낮아 녹화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시청자 중에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죽어가던 <개그콘서트>에 인공호흡기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민상토론'이 사측이 밝힌 이유 때문에 녹화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히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이 외압이나 KBS의 자기 검열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MB 정권 이후 정부는 수많은 풍자에 대해 '외압인 듯, 외압 아닌, 외압 같은' 실력을 행사해 왔고, 방송국들은 이에 발맞춰 정권의 입맛에 맞게 알아서 몸을 낮춰오지 않았던가.

아마 이번에도 '민상토론'에서 메르스 사태를 맞아 "정부가 뒷북을 쳤다", "정부 대처가 빨랐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심하다", "낙타 고기는 도대체 어디서 먹으라는 것이냐" 등의 발언이 쏟아지자 정부나 방송국 모두 화들짝 놀라 모종의 조치를 취했겠거니.

때마침 며칠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가 '민상토론'에 대해 심의를 하고 행정 지도 '의견 제시' 제재를 확정하면서 이와 같은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그들은 "메르스 대응에 대한 책임 여부를 떠나 국민이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데 웃음 소재로 삼으면서 이런 부적절한 표현을 써서 불쾌하다고 한 분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민상토론'을 지켜보고 있는 정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낱 개그 프로그램 따위가 감히 대통령의 심기를 불쾌하게 하다니.'

안 그래도 메르스 사태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더 이상 아량을 베풀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그래도 '민상토론'을 참고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프로그램이 기계적으로라도 양비론적 관점을 견지하고, 정부·여당을 비판하더라도 그나마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맥락에 서 있었기 때문인데, 이번 메르스 사태에는 그 풍자가 정부·여당에게 집중되고, 국민 역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으니 '민상토론'의 '깐죽거림'이 남다르게 느껴졌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결방하게 된 '민상토론'. 이렇게 프로그램 하나가 또 폐지되는 건가? 그런데 그 다음 주 <개그콘서트>에 다시 '민상토론'이 등장했다. 그것도 프로그램의 상징 클로징 코너로. 과연 '민상토론'은 건재한 걸까?

민상토론은 건재한가?

<한겨레>는 지난 5일 '민상토론'의 복귀와 관련 "'정치 풍자 외압 증후군' 의심되는 4가지 '증상'"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 내용인즉 풍자 프로그램이 ▲ 다시보기를 내릴 경우 ▲ 신랄한 정치 풍자로 화제가 된 이후 갑자기 공중도덕을 강조하거나 일본을 비판하는 경우 ▲ 지난 정권만 신랄하게 비판하는 경우 ▲ 평소 인터뷰를 잘하던 개그맨들이 정치 코너에 출연한 이후 인터뷰를 거절하는 경우 외압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는 건데, 불행히도 결방 이후 방영된 '민상토론'은 이와 같은 의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결방 이후 방영된 지난달 28일 방송분을 보자. '민상토론'의 주된 내용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뭄에 대한 내용이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파악한 문제의 초점은 결국 MB정부의 4대강 사업이 가뭄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로 귀결됐는데, 이는 앞서 <한겨레>가 지적한 세 번째 지난 정권만 신랄하게 비판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물론 가뭄과 관련하여 MB를 비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MB정부는 가뭄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4대강 사업을 한다고 했지만,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호수의 갈라진 바닥과 녹조로 뒤덮인 4대강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4대강 사업으로 소진한 22조 원는 어디로 갔으며, 그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국민을 호도했던 전문가들은 어디서 호의호식하는 지. 

가뭄, 특히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현 정권 역시 자유롭지 않다. 그들도 MB 정권 시절 분명히 4대강 사업을 옹호했으며, 정권이 바뀐 후 매 여름마다 심각한 녹조 현상이 발생해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타들어 가고 물은 썩어 가는데 하는 일이라곤 죽은 논에 가서 소방 호스로 물 뿌리는 게 다인 그들. 과연 이러고도 현 정부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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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뭄에 대한 현정부의 대응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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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상토론'은 그럼에도 마냥 MB정부만 비판했다. 물론 그 역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뭔가 꺼림칙하다. 풍자란 결국 살아 있는 권력을 겨냥할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그럼 그 다음 방영했던 내용은 어땠을까? 돌아온 '민상토론'은 대중들의 우려를 깨고 '조준희 PD와 아무 관계 없이' 할 말을 다 했을까?

안 됐지만 이 역시도 확신할 수 없다. '민상토론'은 지난 5일 국회의 국회법 개정안 발의 이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뉴스 1면을 장식했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갈등을 풍자했는데 무엇보다 기계적 중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듯했다.

'민상토론'은 차마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할 수 없었는지 현 상황을 '친박'과 '비박'의 계파 갈등으로 규정했으며, 야당의 친노-비노 프레임까지 언급하며 자신들의 풍자가 정치권 전반에 관한 것임을 애써 강조했다. 이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가 있고 난 이후 방영된 지난 12일도 마찬가지였다. '민상토론'은 새누리당의 갈등을 '막장 드라마'에 비교했지만 당내 계파 갈등을 전적으로 당내 문제로 한정지었고, 이번 사태의 한쪽 축이었던 대통령을 풍자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민상토론', 그래도 아직 살아 있네

그러나 '민상토론'이 초심을 잃었다고 섣불리 좌절할 필요는 없다. 비록 메르스 사태 때만큼은 아니지만 '민상토론'은 그래도 자그마한 목소리로 자신들에게 들어오는 압력을 풍자했으며, 또한 국민이 가장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주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방송분을 보자. '민상토론'은 자신들에게 행정 지도를 내린 방송심의원회의 결정에 대해 비꼬는 듯 다음의 대사들을 이어나갔다. 

"우리 이제 이런 거 안 하면 안 되요?"
"누가 하지 말라고 합니까?"
"형(의 발언)은 지금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조성하는 그런 발언이었어. 좀 이렇게 품위를 지켰으면 좋겠어."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2일, '민상토론'은 대통령의 '역린'이라고 할 수도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문까지 살짝 언급했다. 차마 대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었던지 프로그램 내내 이야기하지 않다가 유민상의 마지막 인사를 통해 유승민 전 대표가 말했던 '법과 원칙, 정의'를 떠올리게 한 것이다. 

"제가 꿈꾸는 개그, 정의로운 개그의 길로 잘 걸어 나가겠다."

정치 풍자가 가능한 사회를 허하라

어쩌면 '민상토론'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위로 현 시국을 풍자하길 바라는 것은 나의 과욕인지도 모른다. 비록 시국은 더욱 코미디 같이 흘러가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을 언급하며 '법과 원칙, 정의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외치는 사태까지 이르렀지만, 이를 풍자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메르스 사태를 기점으로 '민상토론'은 표현 수위의 한계를 경험했으며, 어쨌든 외부적 압박이나 자체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 이하로 '살살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경고를 받았다. 게다가 지금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서슬 퍼렇게 '배신'까지 운운하는 시대이지 않은가.

그러나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정치 풍자는 그 사회의 풍향계와 같다. 정치 풍자가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표현의 자유가 지켜진다는 것이고, 이는 그 사회의 발전에 기본이 된다. 결국 현대 사회의 발전이란 제약 없는 상상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집권 초부터 주장했던 '창조 경제' 역시 바로 이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던가.

정부는 하루 빨리 정치 풍자의 자유를 허하라.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더 이상 발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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