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쐐기 박는다고?
‘일본의 언론플레이’라더니, 미국이 승인 시나리오 구체화… 외교부도 인정 “정상회담, 자연스럽게 성사될 것”
3월말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한 위안부 합의 승인 절차가 가시화되고 있다. 위안부 합의 직후 이같은 로드맵을 밝혀온 일본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본의 언론플레이라고 선전해 온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우리 정부의 반응이 실은 국내의 비판 여론을 일시적으로 피해가기 위한 언론플레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교도통신은 1일 아베 신조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이 1일 대일관계 개선을 향한 의사를 명확히 함에 따라 이달 31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일정 중에 일⋅한 정상회담을 실현하도록 모색할 방침”이며 “오바마 미 대통령을 포함한 일⋅미⋅한 정상회담 개최도 본격적으로 조율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 고 김학순 할머니 상을 어루만지는 이용수 할머니. 이치열 기자 truth710@ |
교도통신은 “지난 연말 위안부 합의 이후 일⋅한은 대북 협조를 유지하고 있다. 아베 수상은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 양국 관계를 안정적인 궤도로 올려놓을 방침”이라며 “일⋅한 회담이 실현된다면 한국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을 조속히 체결하는 등 안보 면에서 공조 강화를 꾀하게 된다”고도 보도했다.
지난해 12월28일 발표된 한일 외부부의 위안부 합의 직후 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은 “위안부 문제의 해결과 관련해 미국이 합의내용을 확인하도록 조정할 방침”이라거나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를 마련한 것을 미국이 확인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일본 정부의 로드맵을 전한 바 있다.(관련기사= 미국이 위안부 합의 승인, 결국 아베 각본대로?)
이에 대해 당시 한국 정부는 언론을 통해 한미일 정상회담은 “사실이 아니다”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고, 이같은 일본 현지언론의 보도들이 일본 정부측의 언론플레이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2일 조선일보를 통해 “2014년 3월 헤이그에서 열린 제3회 핵안보정상회의 때도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열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이 확정되면 3국 정상회의는 자연스럽게 성사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당국자는 “아직 일본 측에서 공식 제안이 오지 않았다”며 곧 3국 정상회의를 위한 공개적인 절차를 밟을 계획임을 시사했다.
한일간의 위안부 합의를 한미일 정상회의 자리를 통해 미국이 ‘확증’하는 방안은,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타결로 만들기 위한 당초 일본 정부의 복안이었다.
이미 일본 정부는 한일간의 위안부 합의가 나오기 이전인 지난해 12월25일, 기시다 외무장관의 브리핑을 통해 한일 위안부 협상의 대체적인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으며, 이는 한일합의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즉 △일본 정부가 위안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충하기 위한 새로운 기금 창설을 제안 △아베 총리가 “책임 통감” 등 수위에서 언급 △합의문에 “최종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표현을 명기 △소녀상 철거는 협상타결 이후 한국이 자발적인 형태로 옮기는 방안 등이다.
미국 입회하의 승인 절차라는 로드맵 역시 이 자리에서 나온 소식이었다. 즉 양국 외상 간에 ‘최종결착’이 합의된 경우, “양국 정상이 제3국(미국)을 섞어 합의를 확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같은 조치는 한국 측이 이를 다시 정치문제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본 당국자의 말이었다.
윤미향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한국 정부가 부정했다고 해도 결국 사실로 확인되는 게 계속 반복된 일”이라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가 불가역적, 최종적임을 확인한다는 것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표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그 자리는 다시 한번 피해자의 인권을 되짚어보는 자리여야 한다”며 “위안부 문제는 누구도 불가역적, 최종적이라 선언할 수 없는 심각한 인권문제라는 것을 한국 정부는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