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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글라이딩이란?-은평시민신문연재

[스크랩] `황부호의 라이딩이야기`(은평시민신문 펌)

by skyrider 2008. 8. 11.
(아래 글은 내가 사는 은평지역의 지역신문에 그 간 약2년간에 걸처 연재 돼 왔던 패러얘기인데 가을 개편에 따라 고정연재물이 바뀌어 내 글이 사라지기전에 퍼 왔다네) 황부호의 라이딩 이야기
황부호
 
내 어깨에 둥근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난다?

산의 나무 숲을 바로 위에서 내려다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저는 패러를 타고 산 능선의 나무 숲 위를 날며 숲을 내려 다 보기를 좋아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가을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숲은 울긋불긋 봉긋봉긋 솟아 오른 나뭇잎 들이 마치 화려한 무늬의 폭신한 페르시아 양탄자를 보는 듯, 뛰어 내려 뒹굴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가끔 나무 숲 위에서 비행을 하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 조물주께 소리쳐 외치기도 합니다."하느님 고맙습니다!"

패러글라이딩에 미친(?)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릴 때, 하늘을 동경하는 어떤 기억들~
이를테면 하늘을 나는 꿈을 자주 꾼다던가,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을 나는 슈퍼맨이 늘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다던가 하는, 그런 기억들을 선명하게들 간직하고 있더군요.
저는 아주 어릴 때, 입고 있는 저고리 단추를 아래서부터 하나를 끼우면 발이 땅에서 떨어져 둥실 떠 오르고 또 하나를 더 채우면 더 높이 떠 오르고 단추를 다 채우면 그 때부터는 양손을 벌려 잠자리처럼 하늘을 두둥실 떠 다니다가 땅에 내려오고 싶으면 윗 단추부터 하나씩 풀면 헬리콥터가 착륙하듯 사뿐히 착지하는 꿈을 자주 꾸었더랬습니다.

커 가면서 언젠가부터 그런 꿈을 안 꾸게 됐습니다만 어릴 때 그 기억이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 깊이 새겨져 있었던 듯 우연히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광경을 보자마자 제 나이 쉰에 앞 뒤 안 가리고 시작하게 됐으니까요.
벌써 8년전, 생전 처음으로 직접 패러글라이더를 타는 모습을 보았던 광경은 지금도 생각만하면 가슴이 뛰고 생생합니다.

홍천 대명 콘도에 당시 직장에서 연수회를 갔을 때 점심 후 잠시 숙소에 올라 와 쉬는데 같은 방 동료가 저기 좀 보란 소리에 창문 밖을 보는 순간,저는 탄성을 내 질렀습니다. "야~~!!!...."
파란 하늘에 울긋 불긋한 원색의 둥근 날개들이 마치 물고기가 유영을 하듯 떠돌다가 사뿐히 착지하는 광경은 환상, 그 자체 였습니다.
그 해 3월이던가? 스키 시즌은 끝났지만 슬로프엔 아직 눈이 녹지않은 최 상급자 코스의 출발선 언덕위에서는 계속해서 패러글라이더들이 날개를 둥글게 펴고 훌쩍 하늘로 몸을 던져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꿈을 꾸는 듯 환상적인 글라이더들의 비행 모습을 보느라 오후 연수일정에 늦을 정도로 흠뻑 빠졌더랬습니다. 

귀사를 하자마자 여기저기 패러글라이딩을 배울 수 있는 데를 수소문하여 알아 놓긴 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50이란 나이에 혼자선 도저히 용기가 안 나 젊은 친구들을 좀 유혹해서 같이 시작하려 했더니 도무지 겁 난다고 전부들 고개를 저으니 이러다간 저 자신도 겁이 나 못 할 것 같아 일을 '저질러 놓고 보기'로 했습니다.
당시 교육비용 30만원을 송금해버렸습니다. 기간 제한 없이 혼자서 비행을 웬만큼 할 때까지 장비대여를 해주고 지도를 해주는 비용이였습니다.

동호인들께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언제였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첫 비행 때의 감격을 얘기합니다만 저는 어찌 된 것이 첫 비행 때의 느낌은 감격은 커녕 공포 속에 어떻게 비행을 하고 어떻게 착지를 했는지 잘 생각이 안 납니다.
무서움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고소공포증이란 발을 땅에 붙이고 사는 길짐승들에게는 선천적인 자기 방어적 본능 아닐까요?
지금도 이륙장에 서서 무사히 이륙을 하기 전까진 등줄기에 전류가 흐르듯 긴장이 느껴지는 걸 봐도 고소공포증이란 후천적으로 단련을 통해 어느 정도는 무디게 할 수는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길짐승들의 숙명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껏 저의 최장 체공시간이 3시간 8분- 그러나 아무리 날고 기는 패러 고수라도 어쩔 수없이 다시 땅으로 내려 와야 하고 비로소 땅에 발이 닿을 때 뿌듯한 안도감을 갖는 것을 보면 역시 잠시 새들의 흉내를 내며 하늘을 나는 것은 잠깐의 일탈일 뿐, 우리 삶의 원천인 땅 생활을 잘 하기 위한 일주일간의 활력을 얻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틈틈이 패러글라이딩의 기본적인 설명과 함께 '하늘여행'을 갔다 오면 제가 속한 패러 동호인 홈피에 올리는 저의 비행일지를 여러분 앞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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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부호 기자는 나이를 잊은 은평의 열혈 청년으로 대조동 주민이다.   2004/10/18 [00:00]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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