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가 트럭 막는 건 안되고 고층건물이 비행기 막는 건 되고...

한국에 마인드는 오직 하나, 토목 & 건설 마인드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9.01.14 12:21

[CBS보도국 변상욱 기자]

롯데월드 허가와 관련된 논란으로 연일 시끄러웠다. 흥미로운 건 롯데는 팔짱 끼고 구경하는 데 정부와 여당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는 사실.

◈ 한국에 마인드는 오직 하나, 토목 & 건설 마인드

"555미터 고층건물을 비행장 길목에 짓겠다고? 제 정신이냐 딴 데 가서 알아 봐." 15년간 밀쳐놓고 있던 문제인데 활주로를 옆으로 비틀어서 해결하면 된다로 바뀌다니. 국방부와 공군의 오픈 마인드, 발상의 전환일까?

그건 오픈 마인드가 아니라 국방부, 공군이 건설 마인드로 바뀐 것이다. 밀리터리 군사 마인드가 갑자기 왜 건설 마인드로 바뀌었나? 한 사람도 아니고 정부의 장관들, 차관들, 실장들, 국장들 마인드가 왜 갑자기 한꺼번에 한결같이 건설 마인드로 바뀌었을까. 나라의 영공을 방위하는 공군의 스카이 전략 전술 안보 마인드가 왜 갑자기 땅으로 내려와 건설 마인드로 바뀌었나.

실마리를 풀어 줄 사건이 하나 있다. 모두가 아는 사건. 전남 영암 대불공단 길가에 전봇대가 서 있어 트럭이 커브를 트는데 지장을 주고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 한 마디에 전봇대가 뽑혀 나갔다. 그런데 비행기 오가는 길목에 555미터 높이의 전봇대를 세우는 건 무슨 연유인가? 트럭 커브 트는 건 도와주고 왜 비행기 커브 트는 거 막느냐 이 말이다.

핵심은 이 전봇대는 돈이 된다는 것이다. 롯데는 형식상 독립된 내국법인이고 일본 롯데는 외국 법인이다. 한국내 모든 롯데 기업의 지주회사는 롯데호텔이고 롯데호텔의 지분 70%는 일본 롯데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다. 한국서 벌어 모두 한국에 재투자 한다면 모를까 롯데의 이익이 국가경제에 엄청 도움이 될 거라 크게 기대하는 건 무리라 본다.

결국은 건설공사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를 노려보는 것인데…. 전봇대가 트럭을 막는 건 큰 일 나도 비행기를 막는 건 괜찮다고 하니 역시 이 나라엔 토목 건설 마인드 뿐이야.

◈ 전기통신법 47조, 너는 누구냐? 아버지 뭐 하시니?

미네르바 박 씨가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기통신기본법 제 47조 1항. <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지인 한 사람이 자세한 설명을 해놨다. (미디어 오늘 참조)

"이 조항은 1983년 전기통신사업에 관련된 법률이 제정될 당시부터 있던 조항. 인터넷도 없고 피시통신이 가능하다는 걸 국민 모두가 모르고 있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결국 전화로 이야기 하는 것과 전신으로 모르스 부호를 치는 것 말고는 전기통신 행위가 없던 25년 전이다. 그런데 개인 간에 1 대 1 로 은밀하게 이야기하는 내용을 규제하면서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을 걸어 놓았다. 나라의 기밀 정보를 이야기했다면 형법 상 간첩죄나 국가보안법이 있고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형법상의 명예훼손죄가 있는데…"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을 생각해 보자.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민들은 아무 것도 제대로 전해 듣지 못하던 시절인데 국민들이 전화로 광주 어쩌구 저쩌구 소문내기 시작하면 마음이 편하겠는가. 유신 긴급조치의 뒤를 이은 5공 군사정권의 언로 차단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전기통신사업법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을 금지한다'는 조항은 2002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위헌 판결을 받아 지금의 정보통신망법 상 불법정보 조항으로 넘어가 버렸다. 44조 7 '비방을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는 금한다'. 그러면 전기통신법 47조는 명예훼손 빼고는 위헌이니 없어졌어야 하는데 그게 왜 거기 살아 있는 것인가.

sniper@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