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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짓말을 한 사람이 신임 대법관? 사법부마져도 믿을데가 없으니...

by skyrider 2009. 2. 26.

신영철 대법관 인사청문회 '거짓말'... 홍역 후폭풍
대법원 해명자료가 오히려 신 대법관 거짓말 확인시켜 줘
  신종철 (sjc017)
  
신영철 신임 대법관
ⓒ 신종철
로이슈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보수성향의 특정 판사에게 '몰아주기 배당'을 한 것에 대해 단독판사들이 법원장에게 집단 항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법부를 강타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8일 대법관에 임명된 당시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몰아주기 배당에 대한 단독판사들의 반발을 직접 진화시켰음에도 대법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컴퓨터 배당"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돼 '위증' 논란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더욱이 몰아주기 배당과 단독판사들의 항의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며 진화에 나선 대법원이 오히려 친절(?)하게도 신 대법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을 직접 확인시켜 줘 신 대법관도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신 대법관으로서는 대법원이 진화가 아닌 역풍을 불러온 셈이다.

 

게다가 신 대법관은 국민을 대표해 검증하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숨김과 보탬이 없이 성실하게 답변할 것을 선서하고 다짐했으나,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이에 오히려 신 대법관이 청문회 당시 모두발언에서 "법관으로서 바르게 생활하려고 노력했으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는 그의 말에 귀가 쏠린다.

 

신영철 대법관 후보자 "컴퓨터 배당이었다"고 강조

 

먼저 지난 10일 신영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사건 배당에 관한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고, 당시 사건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배당이었다고 당당히 밝혔다.

 

인사청문회 발언의 주요 대목을 살펴보면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얼마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가 돌연 사직을 한 것을 알고 있느냐. 판사의 사직 사유를 알고 있느냐"고 묻자, 신 후보자는 "음~"이라고 뜸을 들이며 "저에게 사표를 가져 왔다, 굉장히 말렸습니다마는…"이라고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이어 "사유 중에서 야간집회 금지 문제를 위헌신청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 (박 판사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았다는 소회를 밝혔다"고 말하자, 신 후보자는 "전혀 불이익을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이 의원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사건을 누구에게 맡기지 않고 후보자가 직접 했으냐"고 질문하자, 신 후보자는 "형사사건은 형사수석부장이 컴퓨터 배당에 의해 배당을 한다. 저는 포괄적인 배당권을 가진 사람이다"고 답했다.

 

또 "배당에 대한 관리와 책임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렇다, 최종적인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 의원이 "그런데 박재영 판사가 위헌심판제청 이후 사건이 배당되는 상황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면서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판사가 소신에 의한 위헌신청을 한 것을 이유로 행정사무상에 보이지 않는 압박을 행사하는데 후보자가 직접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후보자가 그걸 알고 그냥 방치하거나 내버려 뒀다면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신 후보자는 "(박 판사가) 그런 인터뷰를 했다고 해서 아마… 인터뷰를 한 사실을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얼버무렸다.

 

이에 이 의원이 "후보자는 이런 얘기를 듣고 별다른 느낌이 없었느냐. 아무 관계가 없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친 것이냐.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추궁하자, 신 후보자는 "제가 (법원장을) 떠난 다음에 (박 판사가 그런) 인터뷰를 한 것 같고. 저한테 사표를 가져왔을 때 전혀 배당 얘기를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의원이 "촛불집회 위헌신청은 오래 전 얘기다. 후보자가 중앙지법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의 얘기다. 그때 그런 것과 전혀 무관하다. 나는 알 수가 없다는 말로 끝낼 수 있는 것이냐"고 따지자, 신 후보자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기계적으로 배당이 됐겠거니 이렇게 생각한다"고 재차 컴퓨터 배당임을 강조했다.

 

대법원 "법원장이 단독판사들 면담 후 자동배당으로 전환"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 24일 내놓은 해명자료를 보면 당시 신영철 대법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사건 배당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 신 대법관의 위증과 도덕성을 두고 또 다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해명자료에서 먼저 "쟁점이 유사한 사건에 대해 동일 재판부에 배당하는 것은 여러 재판부에 배당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다른 결론이나 양형 편차를 가급적 없애기 위해 오래전부터 이루어진 법원의 관행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제가 된 촛불시위 사건들이 순차적으로 법원에 접수되던 초기 당시 배당권자는 접수사건이 많지 않은데다 같은 종류의 사건인 점,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인 점을 고려해 2명의 단독 부장판사에게 배당할 것을 검토했으나, 당시 한명의 단독 부장판사의 업무가 상대적으로 과중한 것으로 판단해 다른 단독 부장판사에게 8건을 모두 배당하게 된 것"이라고 친절히(?) 설명했다.

 

이는 신 대법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형사사건은 형사수석부장이 컴퓨터 배당에 의해 배당을 하고, (촛불사건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기계적으로 배당됐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대법원은 이어 "사건 접수 초기에는 기소가 예상되는 촛불시위 관련 사건들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러다가 관련 사건이 다수 접수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그 상태에서 초기 사건들을 배당받은 부장판사가 그로 인한 업무부담이 과중하다는 취지의 말을 주위 판사들에게 했고, 법원장에게도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 무렵 일부 단독판사들 사이에서도 촛불집회가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되고 있는 만큼 관련 사건들이 한명에게만 배당되는 것은 자칫 법원의 독립성에 대한 오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이에 당시 신영철 법원장이 단독판사들을 불러 모아 면담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법원의 해명을 보면 신영철 후보자는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촛불사건 몰아주기 배당 문제로 단독판사들을 직접 불러 만났음에도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런 사실을 감춘 채 너무나도 당당히 "컴퓨터에 의한 기계적 배당"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면담 당시에는 이미 추후 정식 기소될 사건이 더 있을 것으로 알려졌고, 약식명령 대상인 사건의 피고인들조차도 모두 정식재판을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뚜렷했으므로 법원장 입장에서도 이후 접수되는 사건들을 특정 재판부에만 배당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사실상 몰아주기 배당을 시인했다.

 

대법원은 특히 "법원장이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만 배당하면 자칫 법원의 독립성에 대한 오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부분을 알고 있고, 또한 면담을 통해 판사들의 의견을 청취한 법원장이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자동배당 방식으로 전환할 것임을 언명했을 뿐이고, 이후로는 골고루 배당을 하게 됐다"고 컴퓨터 배당이 아님을 재확인했다.

 

이렇게 당시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자신의 말처럼 "배당에 대한 관리와 책임을 가진 최종 책임자"로서 단독판사들의 반발을 진화시켰음에도 인사청문회에서는 마치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컴퓨터 배당만을 강조해 도덕성에 금이 가게 됐다.

 

"법관으로서 바르게 생활하려고 노력했으나 부족한 점이 많다"에 귀 쏠려

 

한편, 지난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신영철 후보자는 "선서. 공직후보자인 본인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 2009년 2월10일 신영철"이라고 선서한 바 있다.

 

또 청문회에 앞서 신 후보자는 인사말 끝에서 "모두발언을 마치면서 위원 여러분의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할 것을 다시 약속드립니다. 그동안 법관으로서 바르게 생활하려고 노력했으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제가 미처 깨닫지 못한 점이나 미진한 부분에 대해 지적해 주신다면 이를 밑거름으로 삼아 제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이와 같이 인사청문회와 대법원의 해명자료를 보면 신영철 대법관은 분명히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 인사청문회 당시의 선서와 다짐은 무색해 보인다. 오히려 "법관으로서 바르게 생활하려고 노력했으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는 그의 말에 귀가 쏠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