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오늘(3월 8일), YTN 홈페이지에서는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을 볼 수 없었다. 누구 말대로 졸지에 "유투브가 한국 언론의 망명지"가 됐다. 그리고 지금 돌발영상의 '미래'는 완전히 '실종'된 상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편 방영 이후, 불과 7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다. Photo 미디어오늘
작년 3월, 아고라 유애님의 '풍자' "(노)종면이가 돌발영상 만들었잖아요" 울먹이던 YTN 왕선택 기자 Photo 미디어오늘 이치열 32개의 '썸네일'만 추려봤다. MB 정권처럼 했다면 볼 수 없었던 '돌발영상'들을 흑백으로 표현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삼성 떡값 명단'이 발표되기도 전에, 청와대가 미리 해명한 사실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빗대 풍자한 '돌발영상'이었다. '떡값 명단'에 청와대 인사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동관 대변인이 '기자들의 편의'와 '엠바고'를 운운하며 사제단 발표 이후 반박한 것으로 보도해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에 '각'을 세운 '리포트'이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는 '싹수'부터 자르려 했다. 당장 리포트를 수정하라 요구했고, 이로 인해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 챈 YTN 보도국 간부의 판단에 따른 '자삭'이었다는 것이 이제까지 알려진 바다. 거센 비난 여론에 부딪치자 YTN은 일주일만에 해당 영상을 홈페이지에 원상 복귀시켰다.
2008-03-07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편
http://www.ytn.co.kr/_comm/pop_mov.php?s_mcd=0302&s_hcd=01&key=200803071412321682
사실 '돌발영상'과 같은 프로그램은 대통령과 같은 최고 권력자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가시'다. 일개 국회의원들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대중 인지도에 따라 '당락'이 엇갈리는 정치 현실, '돌발영상'과 국회의원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다. 허나 이미 '정점'에 오른 대통령에게 '돌발영상'은 불편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 '돌발영상' 방영 내용을 따져봐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YTN 홈페이지 돌발영상 코너에서 '썸네일'을 중심으로 살펴보니, 2003년 5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삼은 횟수는 총 44회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것은 취임 첫해인 2003년에는 10회가 방영됐는데, 다음해에는 그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2004년에는 대통령을 소재로 삼은 경우가 4회에 불과했다. 2005년에는 6회로 조금 늘어났고, 2006년 9회, 그리고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15회나 방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이 돌발영상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청와대가 어떤 외압을 행사했다는 확증은 되지 못하는 숫자다. 다만 청와대와 돌발영상이 '불편한' 관계임을 보여주는 유의미한 수치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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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어땠을까. 돌발영상이 '실종'된 작년 10월 8일 전까지 대통령을 소재로 삼은 횟수는 22번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정권 첫 해의 그것에 비해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이는 청와대와의 '불편도'가 그만큼 높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을 통해 드러난 '군기잡기'와 'YTN 사태'가 '상승작용'을 부채질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결국 따져봐야 할 차이는 청와대의 대응이 어땠느냐 하는 점이다. 적어도 노무현 정권에서는 돌발영상이 실종된 적은 없다. 허나 이 정권은 '돌발영상'의 존립 기반 자체를 들어내는 방법을 취했다. 대선 특보 출신인 구본홍씨를 사장에 앉혔고, 구씨는 다시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과 정유신 PD를 각각 정직·해고했다. '돌발영상'의 산파 노종면 지부장도 해고 조치했다.
"3분 짜리 돌발영상은 거의 전적으로 제가 맡아서 해 왔고, '오늘 문득'이나 '돌발사전' 등 다른 두 꼭지는 함께 있는 후배 기자들이 제작했습니다. 제가 도맡아 제작한 돌발영상은 2003년 노종면 선배가 시작해 2005년 가을 제가 넘겨받아 지금까지 이어져 온 만큼, 단 한차례만 제작자가 바뀐 셈입니다...(중략)
...저는 이번 인사의 물리적 결과가 될 수 있는 '불방 사태' 보다는 그 '의도성'에 더 주목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인사에 개입한 간부들은 돌발영상 불방 사태를 뻔히 예견했을 겁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돌발영상을 인사대상에 넣지는 않았을 겁니다. 구본홍씨의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돌발영상 불방을 감수하고라도'가 아닌, '이제 돌발영상을 하지 말라'는 의도가 분명해 보입니다."
임장혁 팀장이 사내게시판에 올렸던 글 일부다. 정직 이후 올린 글이 아니다. 작년 9월 2일에 갑작스럽게 뉴스팀 사회 1부 발령 통보를 받고 나서 작성한 글이다. 그의 의심은, 구본홍씨의 '의도', 청와대의 '의도'는, 위에서 밝혔듯 얼마 후 정직과 해고 조치로 본모습을 드러냈다.
구씨가 부여받은 1차 '미션'이 구체적으로는 '돌발영상' 장악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일 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은 전 대통령과 달리 '돌발영상'의 '먹이감'이 되기 참 좋다. 돌출발언도 만만치 않지만, 비호감에 '비매력'이다. '조롱거리'가 되기 쉬운 구석이 참 많은 대통령이다.
더욱이 '언론 장악'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정권이다. 다시 말해 '돌발영상'의 '미래'는 뻔했다는 것이다. 이 점을 그 누구보다 돌발영상 제작팀은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작년 3월 7일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을 통해 청와대에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후 22차례나 '불편한 관계'를 천명했다.
작년 3월 7일 방영된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이 돌발영상팀 자신들에게 닥칠 미래를 예견한 '리포트'란 생각이 드는 것도 그래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마지막에 이런 말이 나온다. "당신은 미래를 알고 있으니 원한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청와대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우리는 '돌발영상'을 잃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래대로 바꿀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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