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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전화,판사모임 주관, "재판 압력" 할 건 다 했다.

by skyrider 2009. 3. 9.

메일·전화·판사모임 … ‘재판 압력’ 할건 다했다

경향신문 | 입력 2009.03.09 03:02 | 누가 봤을까? 40대 남성, 광주

 




ㆍ申 "헌법재판소로 넘길 필요없다" 노골적 발언

ㆍ야당 "드러난 사실로도 사퇴해야… 안하면 탄핵"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시절 다양한 방법으로 재판에 개입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면서 갈수록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신 대법관은 개별 사건에 대해서도 전화와 e메일 등을 통해 해당 판사에게 압력을 가하는 한편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의 인용 여부에 대해서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전기통신기본법 위헌제청도 개입 = 지난해 8월7일 인터넷에 '촛불시위 중 여대생 사망설'을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된 김모씨가 재판부에 해당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전기통신기본법은 이후 검찰이 '미네르바' 박모씨를 기소한 혐의이기도 하다. 1983년 5공 군사독재 시절 만들어진 이 법은 촛불집회 이전에는 적용된 적이 없었다.

앞서 바로 전날인 6일에는 촛불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기소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안진걸 팀장이 재판부에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시법에 대해 위헌제청을 신청하기도 했다.

판사들에 따르면 신청이 들어온 후 신 대법관은 점심식사 자리를 만들어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부 판사들을 불러 모은 뒤 "우리 법원에 들어온 사건인데 다른 기관(헌법재판소)에 옮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판사는 "당시 아무도 먼저 위헌신청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는데 신 대법관이 '우리 법원에 위헌신청이 들어왔다면서요'라고 하더니 50년간 위헌심판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미국 대법원의 예를 들었다"며 "그 자리에 위헌신청을 받은 판사도 있었는데 사실상 기각하라는 의미의 말이었다"고 전했다.

이후 집시법 조항에 대해서는 박재영 판사가 10월9일 위헌신청을 받아들였으나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신청은 기각됐다.

집시법 위헌신청이 받아들여지자 신 대법관은 다시 판사들과 점심자리를 청해 "위헌제청 신청이 더 들어올 수 있지만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판사들은 과감하게 판단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대법관이 위헌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이전부터 이후까지 줄기차게 "신청이 들어온 위헌제청은 기각하고 앞으로 더 들어오더라도 받아들이지 말라"는 압력을 행사한 셈이다.

◇ 헌법재판 체제 부정 = 신 대법관이 미국 대법원의 예를 들며 헌법재판소에 사건을 넘길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은 법률의 위법성을 헌법재판소에서 심판받도록 한 현행 법체제를 부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더 큰 파문이 예상된다. 신 대법관은 지난 6일 "헌법재판소법 42조 1항에 따르면 위헌제청이 들어온 사건은 정지할 수 있지만 나머지 사건은 그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 법원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 측은 이 조항에는 해당 사건은 정지할 수 있고 긴급한 경우 종국재판을 제외하고 진행할 수 있다고 나와 있을 뿐 위헌제청이 들어오지 않는 다른 사건은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며 신 대법관의 해석을 반박했다.

한 판사는 "신 대법관의 말대로라면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판받기 위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헌법소원을 내며 기다리는 판사들과 피고인들, 법률 심판을 위해 고심하는 헌법재판관들의 수고는 다 무엇이 되느냐"고 말했다.

신 대법관의 재판개입이 추가로 드러나자 민주당은 8일 브리핑을 통해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신 대법관은 사퇴해야 한다"며 "신 대법관 스스로 결단하지 않는다면 탄핵 소추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이날 e메일 외에 전화 등으로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정정보도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 장은교·조미덥기자 ind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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