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부끄럽게 한 아가씨 | | | 사는이야기 |
2008.09.13 21:42 |
어제(9/12) 저녁, 3호선 지하철 안,
고속터미날로 향하는 귀성객으로 만원일 거란 예상관 달리 한산하다.
내 왼쪽으로 시사잡지를 든 한 아가씨가 앉는다.
귀성할 곳이 없는, 아니면 귀성을 못한, 아니면 귀성을 안해도 되는 듯 승객 모두들 표정들이 무표정이다.
그 때 오른 쪽 칸에서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 아저씨 한 분이 넘어 와 동정을 구하는 소리를 하며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아까 사무실 여직원들 뭘 사준다고 지갑에 남은 천원짜리 지폐는 다 쓰고 만원짜리 지폐 뿐인데...
동전? 백원짜리 동전은 낯 뜨겁고...
5백원짜리 동전이 내 노트북가방 작은 주머니에 있긴 할 텐데 그 걸 꺼내려 뒤지려는 사이에 그 아저씬 지나 갈 거고.. 어쩐다..?
잠시 갈등하는 사이에 그 아저씬 내 앞을 막 지나쳤다. 양심의 불편함과 함께 일종의 안도감!
그 때 내 왼쪽 아가씨가 천원짜리 지폐를 그 아저씨가 들고 있는 통 속에 얌전히 넣는다.
"고맙습니다!" 이 칸에서는 그 아가씬 외엔 아무도 적선한 사람이 없어 아저씨의 고맙단 목소리에 약간은 감격스러움이 묻어있다.
잠시 후, 그 아저씬 왼쪽 칸으로 넘어 가려고 문을 여는데 반쯤 열린 문이 더 이상 안 열린다.
몇번을 시도하던 아저씨가 그 왼쪽 칸 사람들의 도움을 청하는 몸짓이 보인다. 순간 또 갈등!
달려가서 열어드려야 되는데... 몸은 안 일어나진다. 그 때 내 옆의 아가씨가 일어 나 달려간다.
이 쪽에서는 그 아저씨의 전동휠체어 때문에 문을 열기가 쉽지 않은데..
그 때 그 장애인 아저씨가 드디어 육성으로 왼쪽 칸의 승객들께 도움을 요청하고.. 드디어 왼쪽 칸의 한 승객이 문을 열어준다.
그 아가씨가 앉았던 자리엔 어느 새 한 청년이 앉아 그 아가씬 자리만 뺏긴 꼴이 됐다.
그 아가씨가 서있는 곳은 노인좌석!
한 자리엔 젊은 아가씨가 앉아 있고 두자리는 비어있다. 그 맘씨 고운 아가씨가 앉아도 누가 뭐랄 사람 없는데 그 아가씬 그 앞에 서서 열심히 시사잡지만 읽고 서 있다.
수수한 옷차림에 화장기도 없는 참한 아가씨가 나를 부끄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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