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나요? 엄기영 앵커 탄핵 멘트
오늘의 언론史 | 2009/04/13 23:52 | 방짜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세력이 보기에 MBC 기자회와 민주적 간부 사원들은 KBS의 그런 언론인들과 더불어 눈의 가시일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이해하고 따를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있는 정권이라면 방송이나 신문이 더러 비판을 해도 대범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날이 갈수록 장기집권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언론을 장악하려는 공작을 시작했다. 현 정권이 특히 표적으로 삼는 것은 두 공영방송이다."
언제 사설일까요? 1990년 4월 14일자 <한겨레> 사설입니다. 물론 주어 몇 개를 바꿨습니다만. 어떻습니까. 지금 다시 그대로 갖다 써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오늘(4월 13일)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표적' 하나가 또 '알아서' 제거됐습니다. MBC 경영진이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를 '아웃'시켰습니다.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세력이 보기에 한국방송공사의 노조와 민주적 간부사원들은 MBC의 그런 언론인들과 더불어 눈의 가시일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이해하고 따를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있는 정권이라면 방송이나 신문이 더러 비판을 해도 대범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대중의 민주화 의지를 배반하고 보수정치세력의 야합으로 이루어진 민자당은 날이 갈수록 장기집권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언론을 장악하려는 공작을 시작했다. 현정권이 특히 공격의 표적으로 삼는 것은 두 공영방송이다.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신경민 앵커 Photo 오마이뉴스 유성호
엄기영 사장 담화문 = 조중동 '공정방송' 프레임
엄기영 사장이 담화문을 통해 밝힌 '핑계'는 이렇습니다.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랍니다. "공영방송 MBC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다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이라며 후임 앵커를 이 기준에 맞춰 선발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곧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을 하지 못한 신 앵커 때문에 MBC 뉴스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조중동이 떠올랐습니다. 과거 조중동이 그토록 방송에 강요했던 프레임, "기계적 중립성이나 형식적 공정성을 방송이 늘 유지해야 한다"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2004년 탄핵 정국만 떠올려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때 조중동이 MBC와 KBS를 '편파방송'이라고 공격하는 와중에 빠지지 않은 소재가 바로 앵커 문제였습니다.
<조선>은 "며칠의 방송을 보면 보도의 중심을 잡아야 할 앵커나 사회자들이 먼저 중심을 잃고 국민을 한쪽으로 몰아가 사회를 흔들려는 시도를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했고, <중앙> 또한 "가뜩이나 감성적인 매체에서 그 내용을 감정적인 틀로 얽거나, 전달자의 주관이 실린 언어들을 그대로 내보낸다면 시청자들은 이성적 판단을 잃어버리고 극도로 감정에 치우치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듯 조중동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한 앵커가 바로 MBC 엄기영 현 사장이었음은 모두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그 때 '엄 앵커'는 뭐라고 했을까요.
조중동이 그토록 문제 삼았던 엄기영 앵커였는데 …
엄기영 사장 Photo MBC
그 다음날 뉴스데스크를 통해서는 탄핵 여론 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또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습니다. 탄핵이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은 70%가 훨씬 넘었습니다"라는 말도 했습니다. 이런 말들을 문제삼아 조중동은 '편파방송'이라고,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이 아니라'고 비판했습니다.
엄 사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런 비판에 동의하십니까. 앵커는 단순 전달자가 아닙니다. 사건에 대해 해석과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신경민 앵커의 KBS 보신각 타종 행사 발언이나 미네르바 발언은 탄핵 당시 70% 여론을 반영한 엄 앵커의 그것과 별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럼에도 공정하지 못했단 말입니까. 균형을 잃었단 말인가요. 대체 누구를 위한 '공정방송'입니까.
일전에 'PD수첩 잔혹사'를 돌아 본 적이 있습니다. 1998년 2월 방영된 '방송문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편에서 엄 사장이 어떤 '고해성사'를 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시청자의 압력을 받아들여 시청자와 방송간 상호 의사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당신은 말했습니다. 시청자의 압력보다 정권의 압력을 받아들여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성'이었습니다. http://blog.ohmynews.com/bangzza/267653
1990 KBS 노조와 2009 MBC '기자회' 제작거부는 '통한다'
허나 오늘 '가짜 자성'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다시 처음, 1990년 4월 14일자 <한겨레>의 사설로 돌아갑니다. 1990년 KBS 4월 투쟁 때문에 나온 사설이었습니다. '관선 사장 출근 저지'를 외치는 KBS 노조원들을 군화발로 짓밟았습니다. 경찰 900여명이 방송국에 쳐들어가 1백17명의 조합원을 연행한 다음 나온 사설입니다. 그리고 2009년 오늘(4월 13일), KBS 노조원들은 제작 거부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MBC도 그러합니다. 전영배 보도국장과 송재종 보도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경영진의 오늘 결정을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권력의 오만한 압력에 대한 치욕적인 굴복'"이라며, 신경민 앵커 '아웃'을 권력에 굴복한 '표적 제거'로 규정했습니다. "제작거부 투쟁의 강도를 한층 높이겠다"고도 경고했습니다.
당신들의 투쟁을 응원하겠습니다. 당신들의 말 그대로 "권력 비판은 언론 본연의 임무"입니다. 본연의 임무를 지키는 것이 또한 언론 자유를 지키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KBS의 '4월 투쟁'이 옳았음을 언론사(言論史)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끝으로 당시 <한겨레> 사설을 처음과 같은 방법으로 덧붙입니다.
Photo 오마이뉴스 유성호
"KBS에 대한 노골적 탄압으로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의도는 뚜렷이 드러났다. 한국방송공사를 다시 장악한 뒤에 '민영화'를 통해 문화방송을 독점재벌들의 손에 분산시키고, 마지막으로 민족·민주 언론을 실천하는 인쇄매체들에게까지 '검은 손'을 뻗겠다는 것 아닌가.
한국의 언론을 다시 암흑시대로 돌려놓으려는 집권세력의 이 공작에 맞서 언론계는 이제 일치단결해야 한다. 권력이나 대자본과 밀착되어 있는 일부 언론사의 경영주들은 몸을 사리겠지만, 보도와 제작과 업무의 일선에 있는 언론노동자들은 하나가 되어 MBC의 투쟁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강 건너의 불'이 어느덧 발등으로 옮겨 붙는다.
MBC에서는 지금 비장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막강한 공권력 앞에서 그들은 때로 몸이 움츠러들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과 동료 언론인들은 그들의 투쟁을 뜨겁게 격려하고 있다. MBC의 정의로운 싸움은 언론자유운동의 역사에 굵은 글씨로 기록될 것이다."
KBS에 대한 노골적 탄압으로 민자당 정권의 정치적 의도는 뚜렷이 드러났다. 한국방송공사를 다시 장악한 뒤에 '민영화'를 통해 문화방송을 독점재벌들의 손에 분산시키고, 마지막으로 민족·민주언론을 실천하는 인쇄매체들에까지 '검은 손'을 뻗겠다는 것 아닌가?
한국의 언론을 다시 암흑시대로 돌려놓으려는 집권세력의 이 공작에 맞서 언론계는 이제 일치단결해야 한다. 권력이나 대자본과 밀착되어 있는 일부 언론사의 경영주들은 몸을 사리겠지만 보도와 제작과 업무의 일선에 있는 언론노동자들은 하나가 되어 KBS의 투쟁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강 건너의 불'이 어느덧 발등으로 옮겨 붙는다.
KBS에서는 지금 비장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막강한 공권력 앞에서 그들은 때로 몸이 움츠러들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과 동료 언론인들은 그들의 투쟁을 뜨겁게 격려하고 있다. KBS의 정의로운 싸움은 민주화운동의 역사에 굵은 글씨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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