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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조사단의 천안함 조사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MB에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의 글과 관련해 국내 보수일간지 논설위원이 애초부터 러시아 조사단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외교적 실착이자 외눈박이·한탕주의 외교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MB 정부 이후 오히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통일을 멀어지게 하는 쪽으로 역주행하는 느낌을 준다고 대미외교도 질타해 주목을 끌었다.
배명복 중앙일보 논설위원(순회특파원)은 7일자 '배명복의 세상읽기' <MB가 러시아에 가는 까닭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9일부터 러시아 야로슬라블에서 열리는 세계정책포럼에 참석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소개한 뒤 참석 이유에 의문을 제기했다. 참석하는 외국의 정상이라고는 이 대통령과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 뿐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배 위원은 "MB가 메드베데프의 체면을 세워줘야 하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며 그 배경을 언급했다.
배 위원은 "청와대가 MB의 러시아 방문 계획을 발표하던 날, 공교롭게 뉴욕타임스에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의 기고문이 실렸다"며 '공개될 경우 이명박 대통령에게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주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그레그 대사의 글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배 위원은 그레그 대사의 영향력에 대해 DJ와 각별한 사이이자 햇볕정책 지지자라 해도 CIA 한국지부 책임자,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안보보좌관을 지냈고,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이라는 점에서 누가 뭐래도 한반도에 정통한 전문가라며 "그의 글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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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9월7일자 37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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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대해 배 위원은 "천안함 사건 조사를 위해 한국에 독자적인 전문가팀을 보낸 유일한 나라"이지만 전문가팀 귀국 석 달이 지나도록 러시아 정부가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국내외 언론을 통해 한국측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한 기사를 은근슬쩍 흘리면서도 정부 차원의 공식 보고서는 내놓지 않아, 뭔가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는 듯한 냄새를 풍기면서 한국 정부의 약을 올리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배 위원은 러시아에 대해서도 "실리를 명분으로 교묘하게 포장하"며 "음흉한 본질"은 똑같다고 강대국의 외교 성향을 빗대어 혹평했다. 그러면서 화살은 러시아 조사단을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는 책임론으로 이어진다.
"애초에 러시아가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덥석 러시아 전문가팀을 받아들인 것이 외교적 실착(失着)이었다. 몇 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 외교, 앞만 보고 달려가는 외눈박이 외교,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한탕주의 외교, 대통령 눈치만 살피는 복지부동 외교의 당연한 결과다. 하기야 절차상 하자만 없으면 자기 자녀를 '나홀로 특채'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안타까운 수준의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외교부 수장(首長)으로 2년 7개월간 장수한 대한민국 아닌가."
배 위원은 이어 한국의 입체적이고 다차원적인 외교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꺼내들었다.
"한·미동맹이 아무리 소중해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며,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없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나아가 통일이라는 상위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정부 내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역설해온 중앙일보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배 위원은 한 발 더 나간다. "하지만 MB 정부가 핸들을 잡은 이후 오히려 한·미동맹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통일을 멀어지게 하는 쪽으로 역주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으니 '외교가 고장 났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아예 현 정부의 한미동맹, 대미외교를 정면비판한 것이다.
한국 정부의 천안함 사건 외교에 대해 배 위원은 "천안함 사건이 분명 대한민국 외교의 '뜨거운 감자'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식혀서 천천히 삼켰더라면 약이 될 수도 있었지만 쫓기듯 급하게 밀어넣는 바람에 식도를 다치고, 위장까지 상했다"며 "외교장관 없이 떠나는 MB의 이번 러시아 여행이 대한민국 외교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