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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열풍이 불면서 신조어의 탄생 과정 또한 바뀌고 있다. 종전엔 누군가 만들어낸 뒤 일정한 반응 기간을 거쳐 호응을 얻어야 비로소 신조어로 자리매김 했다면, 소셜미디어 속에서는 창작과 호응이 거의 시간차 없이 이뤄진다. 사실상 공동 창작인 셈이다. 그런 만큼 요즘의 신조어는 전파력이 강하고, 시간차 없이 현실을 반영한다. 만들어지기도 수월하고, 신조어의 홍수 속에 생명력이 짧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인기를 타면 우리네 말글살이 속에 쉽게 정착할 수 있는 것 또한 요즘 신조어의 특징이다.
국방부가 국뻥부로 불린다. 천안함 사건 직후 등장한 신조어다. 요즘에도, 아니 이 시각에도 트위터에, 블로그에 국뻥부는 등장한다. 국방부가 아닌 국뻥부로 불릴 만한 일들이 ‘그래도 도는 국방부 시계’처럼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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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서울 용산 국방부 회의실에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한민구 육군참모총장, 김태영 국방부장관, 이 대통령, 이상의 합참의장,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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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천안함 종합 보고서를 발간한다 했다. 발간 시점은 6월 말, 석 달 전 6월에 그렇게 밝혔고 많은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7월 초 국방부는 말을 바꾼다. 7월 말에 보고서가 나온다고 했다. 이때만 해도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겠거니 할만 했다. 그래서 많은 언론이 발간 지연보다는 보고서 비공개 방침에 무게를 두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약속을 또 어겼다. 8월 6일 전후로 일주일 정도 발간을 미뤘다. 켕기는 것이 없음을 보여주려는 듯 보고서 비공개 방침을 공개로 바꾸었다. 언론은 ‘공개’에 주목했고 ‘일정’은 외면했다.
8월 6일 전후라던 보고서 발간 시점은 8월 6일 바로 전날 은근슬쩍 ‘8월 중’으로 바뀌더니, 9월 초로 다시 미뤄졌다. ‘9월 초’는 국방부의 가장 최근 약속이고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직접 내뱉은 말이다. 그러나 어느새 9월 초도 기약 없이 흘러가고 9월 중순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민중의 소리와 한겨레신문 등 극히 일부 언론이 국방부의 ‘국뻥부 행태’를 비판했을 뿐, 천안함 종합 보고서 발간 일정이 어찌되는 것인지, 왜 늦어지는지, 국방부는 왜 자꾸 거짓말을 하는지 대부분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언론은 스스로를 양치기 소년에게 속은 동네 사람으로 규정할지 모르겠다. 속은 줄도 모르는 문제의식 없는 언론이 되기보다 ‘또 속을 줄 알아?’ 하는 동네 사람이 낫다 싶을지 모르겠다. 속은 줄 알고도 꾸짖지 않는다면 동네 사람은 양치기 소년의 사회적 공범이다.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을 하면 양치기 개(Sheepdog)라도 제 역할을 해야 양을 지킬 수 있다. 신조어는 국방부에만 허락된 것이 아니다. ‘워치독(Watchdog)’이 ‘십독(Sheepdog)’ 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