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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잘 돌아가나?

세계적인 한강명물 만든다며 서울시민들 낸 세금가지고 만든 "세빛 둥둥섬" 첫 공식 대관행사가 시민들 출입통제하고 부유층만 이용?

by skyrider 2011. 6. 2.

 

세빛둥둥섬, ‘세훈산성’에는 일반인 출입금지

한겨레 | 입력 2011.06.02 15:50 | 수정 2011.06.02 16:00

 

 


[한겨레] 펜디 모피쇼를 위해 아침부터 통제, 모피쇼장에는 초대된 손님만


시민 위한 편의공간 부족, 높은 임대료 때문에 '통제된 호화 행사' 불가피할 듯

 2일 오전 11시. 명품브랜드 펜디 모피쇼가 열리기 아홉여 시간 전. 한강 세빛둥둥섬의 중심 건물인 제1세빛둥둥섬은 나이트클럽 분위기의 파티장으로 변신 중이다. 야외 콘서트장에서 볼 수 있는 조명과 음향시설들이 건물 중앙홀에 설치되고 있다. 직경 70m 정도의 원형 중앙홀은 건물 3층 높이(24m)다. 모피쇼에 초대된 사람들만 이날 파티에 참석할 수 있다.  

 

"시민들이 편히 쉬로 올 수 있는 공안은 아닌 듯"

 

 중앙홀 바로 옆 공간에는 고급스런 분위기의 식당이 마련된다. 부드러운 질감의 검은 천이 깔린 이 식당에는 원형 식탁 20여 개가 놓였다. 탁트인 유리창 너머로 한강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이 식당 역시 오늘은 모피쇼에 초대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다.

 

 제1섬에서 나무데크로 연결된 100m 정도의 통로를 지나면 제2세빛둥둥섬이다. 바닥에는 검은 양탄자가 깔렸다. 이곳에서 본격 패션쇼가 열린다. 천 위로 모피쇼를 준비하는 직원들 10여명이 분주하게 오고가고 있다. 공연장 객석은 2층까지 마련되어 있는데 2층까지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다. 고급 대리석 계단은 미끄러질 듯 반짝인다.

 제3세빛둥둥섬 입구는 이날 패션쇼를 위해 아침부터 출입이 통제됐다. 제3섬은 원래 수상스포츠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공개된 건물이었다. 제1, 2 섬을 지나야만 제3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모든 섬이 통제되었다.

전체적으로 세빛둥둥섬에는 가볍게 들러 보고 갈 수 있는 시설물은 매우 부족해 보였다. 제1섬 1층에 마련된 간이 커피숍, 제1섬 옥상의 휴게실 정도가 시민들의 편의공간이었다. 제1섬 1층 30여평 공간에서 '한강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이날은 일반인 출입을 통제해 시민들이 제대로 볼 수 없다.

 

 세빛둥둥섬을 구경하러 왔다는 주부 송아무개(35·서울 반포동)씨는 "천억원 가까운 세금을 들여 지어놓긴 했지만 시민들이 편히 쉬러 올 수 있는 공간은 아닌 것 같다"며, 20여분쯤 둘러본 뒤 발길을 돌렸다. 송씨의 발길이 닿는 곳곳에는 펜디사 홍보 광고물이 걸려 있었다.

 

6월2일, '세빛둥둥섬'에 시민은 없다.

 시민을 위한 쉼터이자 문화공간인 세빛둥둥섬에 명품브랜드 펜디 모피쇼가 열리는 2일 오후 1시부터 시민의 입장은 불허됐다. 세빛둥둥섬의 정상 개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세빛둥둥섬 관계자는 "1·2섬 전체에 모피쇼와 관련 행사가 열려 시민출입은 제한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에도 오후 6시까지만 출입이 허가돼 퇴근 뒤 세빛둥둥섬에 들러서 여가를 즐기려던 시민들은 계획을 바꿔야 했다.

 

 모피쇼를 주최하는 펜디사 관계자는 1일 < 한겨레 > 와 한 통화에서 "2일 패션쇼장에는 초대된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고 기자들의 출입도 엄격히 제한된다"고 말했다. "언론이 패션쇼를 많이 보도하면 홍보에 도움되지 않느냐"고 묻자 "우리가 원했던 방향과 다른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울시, 모피쇼 반대 시위 불허

 2일 모피쇼 행사에 대한 반대집회는 '시민불편'을 이유로 불허됐다. 한강사업본부 운영과 관계자는 지난 5월31일 < 한겨레 > 와 한 통화에서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집회 등의 행사에 대해서는 한강공원 사용승인을 해주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모피쇼 반대 시위' 불허 이유를 밝혔다.

 

 애초 세빛둥둥섬은 '소수 부유층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세빛둥둥섬의 운영을 민간자본 컨소시엄인 플로섬이 맡기 때문이다. 플로섬의 지분은 효성그룹이 47%, 효성그룹 계열사인 진흥기업이 10%, 서울시 산하기관인 에스에이치공사가 29% 가지고 있다. 세빛둥둥섬의 사업 운영은 씨알일공일이라는 업체가 대행한다. 씨알일공일은 매달 10억8800만원, 연간 130억 640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해 이 임대료를 맞추기 위해서는 '명품 모피쇼' 등의 호화 행사 유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글 ·사진 ·영상 / 허재현 박수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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