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친인척, 비리 복마전 건설하다
시사INLive | 정희상·허은선 기자 | 입력 2011.10.10 09:30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광주
기회 있을 때마다 "임기 중 측근 비리는 없다"라고 공언했던 이명박 대통령(MB)이 갑자기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올 들어 하나둘씩 불거지다가 최근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해 대통령 스스로가 더 이상 '개인 비리'라며 묵살하고 넘길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먼저 올해 들어 처음 구속된 측근은 대선 당시 MB의 경제 분야 공약을 담당했던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이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 MB의 기획통 측근으로 분류됐던 최영 강원랜드 사장과 나란히 이른바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업자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월 구속됐다. 뒤이어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팀장'을 지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대가로 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청와대 정무1비서관 출신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도 불법 자금 2억5000여 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정에 서 있다.
친인척 비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대통령의 사돈인, 김윤옥 여사 형부의 동생 황 아무개씨(65)가 불법 게임장 투자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또 대통령의 사촌형 이 아무개씨(75)와 그의 아들 두 명도 4대강 사업 투자 명목으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런 측근과 친인척 비리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정권의 구조적인 비리가 아니라 단순한 '개인 비리'라고 애써 강조했다. "측근 비리가 없으니 레임덕도 없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보였다.
여권이 '이국철 폭로 수사'로 선회한 까닭
하지만 9월 들어 MB로서도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했다. 무엇보다 청와대 홍보 라인이 총체적 비리 집단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부른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사건이 불거졌다. 검찰 수사 결과 MB의 최측근 실세로 불리던 김두우 홍보수석이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71·구속 기소)로부터 골프채와 상품권, 현금 등 1억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전임자인 홍상표 전 홍보수석 역시 박씨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9월 말에는 또 다른 MB 측근들에 대한 SLS그룹 이국철 회장의 메가톤급 폭로가 뒤따랐다. 이 회장은 "신재민 전 문광부 차관에게 장기간에 걸쳐 10억원대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고, 청와대에 근무하는 MB 측근들에게도 지금까지 수시로 향응과 상품권 등 금품을 전달했다"라는 요지로 이른바 '왕의 남자'들을 겨냥했다. 거명된 이름만도 신재민 전 차관, 박영준 전 총리실 차장,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등 이 대통령의 쟁쟁한 측근이다.
2002년 처음으로 이국철 회장과 '스폰서 기자'로 인연을 맺은 이래 지금까지 10억원대 이상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지목된 신재민 전 차관은 이에 대해 "이 회장과의 친분은 인정하지만 수수한 금품 액수는 과장됐다"라는 취지로 반응했다. 반면 국무총리실 차장 시절 일본 출장길에 이국철 회장 측을 상대로 500만원대 접대를 요구한 인물로 지목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이국철 회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서 그런 접대 주장은 거짓말이다"라고 일축했다.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또한 이국철 회장과 술자리에서 한번 만난 사이일 뿐이라며 수차례 접대를 받고 금품을 수수했다는 폭로 내용을 철저히 부인했다.
'왕의 남자'들의 금품 수수를 둘러싼 이국철 회장의 폭로에 대해 여권은 처음에는 '소설 같은 이야기'(청와대)라거나 '제2의 김대업'(한나라당)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도 이국철 회장의 폭로가 쏟아지던 초기에는 이 회장에 대한 수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이 "이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봐주려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수사 계획도 없고 수사 의미도 없다. 죄가 있거나 입증이 돼야 부르지 부를 생각이 없다"라는 말로 피해 나갔다.
그러던 여권 기류가 갑자기 바뀌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검찰이 이국철을 수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부터였다. 이어서 9월27일 MB가 국무회의를 통해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철저히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렸다(23쪽 딸린 기사 참조). 겉으로 보면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측근 비리를 '털고 가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일련의 권력형 비리는 이 대통령의 '코드 인사' '보은 인사'의 폐해라는 평가가 여야 모두로부터 나오고 있다. 사실, MB 정부의 권력형 비리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정권 출범 때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가까이는 올해 5월,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저축은행 감사 무마 청탁을 받고 억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은진수 전 감사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BBK 대책반장'으로 불리며 네거티브 대책단 BBK팀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친인척 비리 가능성도 마찬가지로 꾸준히 염려되어온 부분이다. 챙겨야 할 친인척 숫자가 이전 대통령들에 비해 많은 데다가, 적지 않은 수가 사회 지도층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4남3녀 중 다섯째이고, 부인 김윤옥씨는 3남3녀 중 다섯째다. 기업 중에서는 효성·LG와 사돈 관계를 맺고 있다.
비리 의혹 MB 측근들의 '공세적 반응'
시민사회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강한' 정권일수록 부패가 심했다는 경험칙에 비추어, 오히려 앞으로 드러날 비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국투명성기구 김거성 회장은 국가청렴위원회가 국민고충처리위원회·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와 함께 현 정부 들어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된 사례를 들면서 "부패 관리도 규제로 받아들이게끔 한 현 정부의 역주행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후진국일수록 권력 비리가 내부 고발과 언론 제보로 세상에 알려진다. 2005년 체결했다가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투명사회협약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임기 말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비리에 대한 수사가 검찰의 의지가 아니라 청와대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미묘한 기류도 감지된다. 무엇보다 이국철 회장 측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거명된 MB 측근들의 공세적 반응이 주목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 비리에 대한 단호한 입장 표명을 한 직후 의혹을 받는 이들이 자숙하기는커녕 오히려 연대해서 이국철 회장을 민형사로 고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시사IN > 은 이들이 이국철 회장을 고소한 직후 이 회장을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MB 측근들이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조차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기자에게 그 증거와 증인들을 나열한 뒤, 다음 주에 있을 검찰 조사과정에서 이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20~22쪽 인터뷰 참조).
MB의 '단호한 의지' 의심케 하는 권재진 장관
이국철 회장 폭로 사건이 청와대가 주도하고 검찰이 수사하는 모양새로 흐르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의 손을 빌린 청와대의 정치적 흥정 수사'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측근 친인척 비리에 철저히 대응하라'고 지시를 받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수사도 시작하기 전에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나서면서 뒷말이 많다. 권 장관은 9월29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박영준 전 총리실 차장이 일본 출장 길에 SLS조선 일본 지사에 500만원대 접대를 요구했고, 실제 접대가 이뤄졌다는 이국철 회장의 폭로에 대해 "박영준 전 차관이 멀쩡한 기업도 많은데 워크아웃 상태 회사에 접대를 요구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박 전 차관의 손을 사실상 들어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SLS조선 해체 과정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는 이국철 회장의 폭로 내용에 대해서도 "SLS에 대한 수사는 내가 민정수석이 되기 전에 시작됐으므로 나를 끌어들이는 것은 터무니없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 회장은 신아조선 유 회장에게 회사를 빼앗겼다고 주장하지만 유 회장은 오히려 이 회장이 회사를 빼앗아갔다고 한다"라는 말로 이 사건의 복잡한 내막을 이미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국철 회장과 권재진 법무부 장관 사이에는 적잖은 악연이 있었다. 지난 8월 국회 청문회에 이국철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권재진 장관 후보자가 대검 차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던 시기에 벌인 기획 수사로 인해 자기가 피땀 흘려 일군 SLS조선이 부당하게 워크아웃 상태로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며, 이를 폭로하기 위해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나섰던 것이다. 바로 이런 사정 때문에 수사도 시작되기 전에 권 장관이 이국철 회장을 상대로 부정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은 이 대통령 지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낳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권재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오르고 뒤이어 한상대 검찰총장 체제가 들어설 무렵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다. MB 정권 임기 말 권력형 측근 비리와 친인척 비리가 불거질 경우 이를 미온적으로 처리하거나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무마할 가능성이 큰 진용이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대통령 하명으로 시작된 이번 '측근 친인척 비리' 조사가 검찰 조직에 권력의 시녀라는 또 하나의 오명을 안겨줄지, 아니면 국민의 박수갈채를 받는 전화위복으로 귀결될지는 수사를 떠안은 검찰 손에 달려 있다.
정희상·허은선 기자 /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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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올해 들어 처음 구속된 측근은 대선 당시 MB의 경제 분야 공약을 담당했던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이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 MB의 기획통 측근으로 분류됐던 최영 강원랜드 사장과 나란히 이른바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업자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월 구속됐다. 뒤이어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팀장'을 지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대가로 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청와대 정무1비서관 출신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도 불법 자금 2억5000여 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정에 서 있다.
청와대는 이런 측근과 친인척 비리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정권의 구조적인 비리가 아니라 단순한 '개인 비리'라고 애써 강조했다. "측근 비리가 없으니 레임덕도 없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보였다.
여권이 '이국철 폭로 수사'로 선회한 까닭
하지만 9월 들어 MB로서도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했다. 무엇보다 청와대 홍보 라인이 총체적 비리 집단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부른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사건이 불거졌다. 검찰 수사 결과 MB의 최측근 실세로 불리던 김두우 홍보수석이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71·구속 기소)로부터 골프채와 상품권, 현금 등 1억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전임자인 홍상표 전 홍보수석 역시 박씨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9월 말에는 또 다른 MB 측근들에 대한 SLS그룹 이국철 회장의 메가톤급 폭로가 뒤따랐다. 이 회장은 "신재민 전 문광부 차관에게 장기간에 걸쳐 10억원대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고, 청와대에 근무하는 MB 측근들에게도 지금까지 수시로 향응과 상품권 등 금품을 전달했다"라는 요지로 이른바 '왕의 남자'들을 겨냥했다. 거명된 이름만도 신재민 전 차관, 박영준 전 총리실 차장,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등 이 대통령의 쟁쟁한 측근이다.
2002년 처음으로 이국철 회장과 '스폰서 기자'로 인연을 맺은 이래 지금까지 10억원대 이상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지목된 신재민 전 차관은 이에 대해 "이 회장과의 친분은 인정하지만 수수한 금품 액수는 과장됐다"라는 취지로 반응했다. 반면 국무총리실 차장 시절 일본 출장길에 이국철 회장 측을 상대로 500만원대 접대를 요구한 인물로 지목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이국철 회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서 그런 접대 주장은 거짓말이다"라고 일축했다.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또한 이국철 회장과 술자리에서 한번 만난 사이일 뿐이라며 수차례 접대를 받고 금품을 수수했다는 폭로 내용을 철저히 부인했다.
'왕의 남자'들의 금품 수수를 둘러싼 이국철 회장의 폭로에 대해 여권은 처음에는 '소설 같은 이야기'(청와대)라거나 '제2의 김대업'(한나라당)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도 이국철 회장의 폭로가 쏟아지던 초기에는 이 회장에 대한 수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이 "이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봐주려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수사 계획도 없고 수사 의미도 없다. 죄가 있거나 입증이 돼야 부르지 부를 생각이 없다"라는 말로 피해 나갔다.
그러던 여권 기류가 갑자기 바뀌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검찰이 이국철을 수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부터였다. 이어서 9월27일 MB가 국무회의를 통해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철저히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렸다(23쪽 딸린 기사 참조). 겉으로 보면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측근 비리를 '털고 가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일련의 권력형 비리는 이 대통령의 '코드 인사' '보은 인사'의 폐해라는 평가가 여야 모두로부터 나오고 있다. 사실, MB 정부의 권력형 비리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정권 출범 때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가까이는 올해 5월,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저축은행 감사 무마 청탁을 받고 억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은진수 전 감사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BBK 대책반장'으로 불리며 네거티브 대책단 BBK팀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친인척 비리 가능성도 마찬가지로 꾸준히 염려되어온 부분이다. 챙겨야 할 친인척 숫자가 이전 대통령들에 비해 많은 데다가, 적지 않은 수가 사회 지도층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4남3녀 중 다섯째이고, 부인 김윤옥씨는 3남3녀 중 다섯째다. 기업 중에서는 효성·LG와 사돈 관계를 맺고 있다.
비리 의혹 MB 측근들의 '공세적 반응'
시민사회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강한' 정권일수록 부패가 심했다는 경험칙에 비추어, 오히려 앞으로 드러날 비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국투명성기구 김거성 회장은 국가청렴위원회가 국민고충처리위원회·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와 함께 현 정부 들어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된 사례를 들면서 "부패 관리도 규제로 받아들이게끔 한 현 정부의 역주행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후진국일수록 권력 비리가 내부 고발과 언론 제보로 세상에 알려진다. 2005년 체결했다가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투명사회협약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 시사IN > 은 이들이 이국철 회장을 고소한 직후 이 회장을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MB 측근들이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조차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기자에게 그 증거와 증인들을 나열한 뒤, 다음 주에 있을 검찰 조사과정에서 이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20~22쪽 인터뷰 참조).
MB의 '단호한 의지' 의심케 하는 권재진 장관
이국철 회장 폭로 사건이 청와대가 주도하고 검찰이 수사하는 모양새로 흐르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의 손을 빌린 청와대의 정치적 흥정 수사'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측근 친인척 비리에 철저히 대응하라'고 지시를 받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수사도 시작하기 전에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나서면서 뒷말이 많다. 권 장관은 9월29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박영준 전 총리실 차장이 일본 출장 길에 SLS조선 일본 지사에 500만원대 접대를 요구했고, 실제 접대가 이뤄졌다는 이국철 회장의 폭로에 대해 "박영준 전 차관이 멀쩡한 기업도 많은데 워크아웃 상태 회사에 접대를 요구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박 전 차관의 손을 사실상 들어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SLS조선 해체 과정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는 이국철 회장의 폭로 내용에 대해서도 "SLS에 대한 수사는 내가 민정수석이 되기 전에 시작됐으므로 나를 끌어들이는 것은 터무니없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 회장은 신아조선 유 회장에게 회사를 빼앗겼다고 주장하지만 유 회장은 오히려 이 회장이 회사를 빼앗아갔다고 한다"라는 말로 이 사건의 복잡한 내막을 이미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왼쪽 사진 가운데)과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오른쪽 사진 가운데). |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권재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오르고 뒤이어 한상대 검찰총장 체제가 들어설 무렵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다. MB 정권 임기 말 권력형 측근 비리와 친인척 비리가 불거질 경우 이를 미온적으로 처리하거나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무마할 가능성이 큰 진용이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대통령 하명으로 시작된 이번 '측근 친인척 비리' 조사가 검찰 조직에 권력의 시녀라는 또 하나의 오명을 안겨줄지, 아니면 국민의 박수갈채를 받는 전화위복으로 귀결될지는 수사를 떠안은 검찰 손에 달려 있다.
정희상·허은선 기자 /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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