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충고 일부러 곡해한 박근혜의 두 얼굴
지난 7월 26일 광주 염주체육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 광주·전남·전북 합동 연설회에서 박근혜가 이런 말을 했다. “다음 달이면 김대중 전 대통령 3주기를 맞게 된다. 살아생전 김대중 대통령께서 제게 ‘국민화합의 최적임자’라고 말씀해 주셨다.”
박근혜 광주 발언, 세 가지 검증 필요해
또 “지역과 이념 계층과 세대를 넘어 100% 대한민국을 완성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산업화·민주화의 매듭을 풀고 영남과 호남의 매듭을 풀어, 팔도가 하나 되는 국민대통합을 이뤄내겠다”고 주장했다.
주장 가운데 세 가지에 대해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DJ가 박근혜를 ‘국민화합의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는지 여부와, 지역주의와 이념대립으로 분열돼 있는 한국사회를 통합해 ‘100%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자질이 그에게 있는지, 또 ‘100% 대한민국’이란 게 가능한 일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DJ가 박근혜에게 ‘국민화합의 최적임자’라는 표현을 썼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그와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는 ‘DJ의 덕담’이 있을 뿐이다. ‘DJ-박근혜 대화’는 2004년과 2005년 두 차례 있었다.
‘국민화합 최적임자’? DJ의 덕담을 부러 곡해한 것
2004년 두 사람의 만남이 처음 이루어진다. 한나라당 대표가 된 뒤 박근혜가 김대중도서관에서 DJ를 만난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는 “아버지 시절 여러 가지 피해를 입고 고생한 것에 대해 딸로서 사과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DJ는 영호남 동서화합을 강조하며 박근혜에게 ‘동서화합의 적임자’라는 덕담을 건넸다.
그 다음해 11월 박근혜가 병문안차 동교동을 방문하면서 DJ와 박근혜의 두 번째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 자리에서 DJ는 유독 ‘대화’를 강조했다. “여야를 초월해 서로가 관심을 공유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야당대표(박근혜)로서 대화 많이 하면 인품 등을 봐서 성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큰 포부를 가지고 잘 해보라”며 “극단적 대립 말고 대화로 고칠 것은 고치는 일에 최고의 적임자”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DJ가 박근혜에게 강조했던 것은 ‘동서화합’과 ‘여야 대화’였다.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데 앞장설 것과 소모적인 여야 정쟁을 삼가해 달라는 충언이었다. 박근혜가 DJ가 건넨 ‘동서화합의 적임자’라는 덕담을 ‘국민화합의 최적임자’라고 재해석한 셈이다.
지역갈등 조장한 아버지 대신 결자해지해 달라는 충고였다
해석이 잘못됐다. ‘동서화합’과 ‘국민화합’의 의미는 크게 다르다. 전자는 영호남 지역갈등 타파를 의미지만, 후자는 지역갈등 뿐만 아니라 빈부격차와 세대갈등, 이념갈등의 해소를 포함한다.
DJ의 판단이 옳다. ‘동서화합’의 적임자는 박근혜 일 수 있다. 영호남 지역주의가 아버지 박정희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지역주의는 박정희 정권의 선거전략 중 하나였다. 영남표를 결집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야당 후보인 DJ를 호남이라는 울타리에 가두기 위한 술책이었다.
지금이라도 박근혜가 영호남 갈등이 ‘아버지 시절의 어두운 유산’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사과과 함께, 지역주의 색깔이 짙은 ‘아버지 후광정치’가 아닌 호남을 끌어안는 정치를 편다면 어떨까? 지역주의 해소에 매우 효과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 DJ는 아버지의 잘못된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그의 딸이 결자해지의 각오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던 것이다.
‘100% 대한민국.’ 참 이상한 말이다. 산업화·민주화의 매듭과 지역주의의 매듭을 풀어 모든 국민이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박근혜의 광주 발언은 그의 평소 소신과 크게 배치된다.
5.16을 군사쿠데타로 보는 국민 50% 부정하면서 ‘100% 대한민국’?
바로 얼마 전 그가 ‘50% 대한민국’을 주장한 바 있다. 지난 7월 1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5.16과 유신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이라며 판단은 “역사와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대답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군사쿠데타를 ‘최선의 선택’이라고 미화한 발언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박근혜는 자신의 발언에 국민 50%가 공감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대며 이런 얘기를 했다. “왜 계속 역사논쟁을 하느냐...저 뿐만 아니라 저 같이 생각하는 국민도 많다.”
국민 50%가 5.16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그들을 의지해서 정치를 하겠다는 얘기다. 5.16은 군사쿠데타이고 유신은 ‘전례 없는 독재’라는 게 엄정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보는 국민 50%는 없어도 된다는 말로 들린다.
‘100% 대한민국’을 주장하다가 아버지 얘기가 나오면 ‘50% 대한민국’으로 말을 바꾸는 박근혜에게 서로 상반된 두 얼굴이 교차한다. 5.16을 쿠데타로, 유신을 군사독재로 인정하지 않고는 ‘반박근혜 정서’를 가진 국민 50%에게 접근조차 어려운 상태다. 50%에서 한 걸음도 더 나갈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어찌 100%를 만들겠다고 말하는가? 이런 허망하고 망측한 얘기에 귀 기울일 국민은 없다.
북한도 ‘100%북한’ 못하는데, 100%는 전체주의적 발상
‘100% 대한민국’이라는 말 자체도 모순투성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사회이고, ‘다름’이 인정되는 다양성의 사회다. 북한 같은 독재정권도 ‘100% 북한’을 만들지 못했다. 100% 운운하는 건 민주사회와 국민을 모독하는 표현이다.
‘100% 대한민국’은 없다. 있어서도 안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전체주의적 표현이 나온다는 게 한심할 뿐이다. 그래서 일까? 이번 새누리당 경선에서 박근혜의 득표율이 9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방통행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근혜가 DJ의 덕담을 곡해했다. 아버지의 과오를 거울삼아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영호남 갈등을 푸는데 앞장서 달라는 부탁을 ‘국민화합의 최적임자’라고 해석했다. 정치적 저의와 복선이 깔린 고의적인 곡해다.
국민 50%를 부정하면서 ‘100% 대한민국’을 주장한 것은 허언과 기망을 통해서라도 표를 얻겠다는 구태 정치인의 악습을 재연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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