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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잘 돌아가나?

아들같은 젊은 국회의원에게 군 의문사 부모들은 왜 피눈물로 반성문을 썼을까요?

by skyrider 2016. 4. 9.

아들까지 잃었는데 국회의원에게 반성문... 왜?

[대한민국 군 인권 18년의 기록 6] 군인의 생명과 명예 지켜줄 후보 지지한다

16.04.09 19:31l최종 업데이트 16.04.09 19:31l

국회의원을 새로 선출하기 위한 20대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저 역시 뜨거운 선거판을 보면서 함께 마음이 애달픕니다. 왜 그럴까요? 이번 총선에서 꼭 당선되었으면 하는 후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돌아오지 못한 군인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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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5월 24일 개최된 대한민국 국회 최초의 '국회의원 주최' 군 사망사고 명예 회복 관련 행사 당시 만든 자료집. <저는 군대에 아들을 보낸 죄인입니다.>
ⓒ 고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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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로 병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의 평범한 성인 남자라면, 의무 복무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들을 둔 부모들은 때와 장소만 다를 뿐, 결국은 군 훈련소로 입소하는 자식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부모들은 날짜를 샙니다. 처음엔 아들이 훈련소를 수료하는 날짜입니다. 머리 빡빡 깎고 또래 아이들 속에서 사라져가는 아들을 보면서 눈물 흘린 엄마는 오직 그날만 하염없이 기다리게 됩니다. 그래서 수료식 날, 아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치킨, 삼겹살에 소불고기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훈련소로 찾아갈 생각에 미리부터 마음이 들뜹니다.

한편, 군에 자식을 보낸 엄마가 우는 날이 또 있습니다. 대략 일주일 후쯤 집으로 도착하는 '사복 소포'가 그것입니다. 입대 날 아들이 입고 갔던 옷과 신발이 담긴 군 소포 박스. 우체국 택배 박스를 열어본 엄마들은 그 옷을 끌어안고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우며,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에 엉엉 울기도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밤엔 작은 소동이 일어납니다. 엄마의 휴대폰으로 걸려온 낯선 번호. 누굴까 싶어 받아든 수화기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아들입니다. 입대한 아들이 훈련소에 도착했다며 부대 공중전화로 걸어온 연락입니다. 입대한 군인과 부모를 위해 정책적으로 이뤄지는 이 전화는 길어야 3분. 서로가 들떠 정신없이 안부를 묻다가 "엄마, 이제 전화 끊어야해요"라는 말과 함께 전화가 툭 끊기면 그날 밤은 심란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겪고 난 후 훈련소 수료식에서 아들을 만난다면, 그 부모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두 달여 만에 머리를 빡빡 깍은 자식이 멋지게 경례를 붙이고, 이어 아들의 군복 옷깃에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주면서 품안에 끌어 안아보는 기쁨. 하지만 이러한 당연한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군대를 가지만, 누구나 다시 부모에게로 돌아올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돌아오지 못한 군인도 있습니다. 그런 군인이 1948년 군 창설 이래 지금까지 약 3만9000명에 달합니다. 이를 해마다 평균으로 나눠보면 약 600여 명. 그래서 군 의문사 피해 유족들은 "군대에서는 1년에 두 번씩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 중 한명이 지난 2011년 2월 27일, 당시 스무살이었던 정아무개 훈련병입니다. 그 아이는 군 훈련소에 입소한 후 자살했습니다. 아들이 자살했다는 소식에 부모가 달려가보니 뒤늦게 군복 주머니에서 발견되었다는 유서 형태의 쪽지. 거기에는 이런 글이 써 있었다고 합니다.

"엄마, 자랑스럽고 듬직한 아들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요. 2월 4일부터 귀가 먹먹했는데 아직 안 나았어요. 진짜 불편해서 의무실과 병원을 자주 갔는데, 이젠 아예 꾀병이라고 합니다. 혹시나 식물인간이나 장애인 되면 안락사해 주세요.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원래 없는 셈 해주세요. 정말 미안해 엄마. 사랑해."

입대 후 중이염으로 너무 아파 치료를 호소했으나 꾀병이라며 방치한 훈련소. 그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 끝에 목숨을 끊은 정아무개 훈련병. 과연 이 죽음은 못난 정아무개 훈련병의 책임일까요? 정말 이런 군대를 언제까지 그냥 둬야 할까요?

군 사망사고 피해자 부모가 싸워온 지난 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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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8년 국방부 앞에서 시위 중인 군의문사 유가족.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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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죽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그 피해 부모가 국가와 국방부를 상대로 싸우기 시작한 것은 불과 18년 전의 일입니다. 이른바 '개죽음'. 군대에서 죽은 군인에 대해 사인 규명을 요구해봐야 소용없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용어로 자리 잡은 말입니다. 참혹한 표현입니다.

왜 군 의문사는 이처럼 밝히기 어려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들이 죽고나면 군부대는 모든 것을 감춥니다. 지금은 약간 달라졌지만 과거에는 사건 현장을 가보고 싶다해도 군사 지역이라 안 된다 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료를 달라고 하면 군 기밀이라며 거부하기 일쑤입니다. 볼 수도, 갈 수도 없는 그곳에 남은 것은 피해자 부모의 눈물과 절규뿐이었습니다.

그러던 군 의문사 문제가 오늘처럼 국민적 관심사가 된 계기는 1998년 2월 발생한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1984년 발생한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과 더불어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 중 하나인 김훈 중위 사건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제가 일하던 천주교 인권위원회로 수많은 군 의문사 피해 부모가 찾아왔습니다. 이것이 제가 또 군 의문사 문제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그렇게 찾아온 군 의문사 피해 유족들은 이후 단체를 결성하여 조직적인 싸움을 하게 됩니다. 사인 규명과 억울하게 죽어간 자식 및 가족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이들은 오늘까지 근 18년간을 거리에서 치열하게 싸워 왔습니다. 그 18년 간의 세월을 보내면서 얼마나 많은 설움을 당했을까요?

그 중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이 가장 잊을 수 없는 사건은 지난 2008년 11월에 있었던 한 국회의원과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처음 맞이한 정기국회. 그 때 군 의문사 피해 유족에게 놀라운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군대에서 발생한 군 의문사 사건을 조사하고자 노무현 정부에서 만든 '대통령 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통폐합되어 폐지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군 의문사 위원회에 진정된 사건은 모두 600건. 하지만 당시 278건의 진정 사건이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기구 해산은 군 의문사 유족으로서 수용할 수 없는 절박한 사안이었습니다. 이에 군 의문사 유족들은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이 법안 발의에 앞장선 신지호 국회의원을 찾아가게 됩니다. 위원회 폐지 법안을 철회해 달라는 청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군 의문사 부모들은 신지호 의원을 만나지 못합니다.

대신 신지호 의원은 국회 방호원을 불렀습니다. 약속도 없이 찾아와 면담을 요구하면서 소란을 피워 업무를 방해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러자 애원과 읍소로 면담을 요구하던 한 어머니가 실신합니다. 위원회 폐지만은 안된다며, 그 한마디만 할 수 있게 해달라며 간청하다가 끝내 쓰러지고 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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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의문사 유가족들이 지난 2008년 11월 18일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진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실을 찾아 항의, 면담을 요구하며 오열하다 경위들의 부축을 받으며 의무실로 옮겨지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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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병원에 실려나가는 그 어머니를 보던 또 다른 어머니가 분통이 터져 의원실 바닥에 주저 앉았습니다. 고 손상규 중위의 어머니였습니다. 2005년 4월, 부대에서 숨진 상태에서 발견된 손 중위의 어머니는  그날부터 아들의 사인 규명과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지금까지도 말로 다할 수 없는 고생 속에서 싸워온 어머니였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끝내 울부짖으며 바닥을 쳤습니다.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신지호 의원의 사무실 문짝에 집어 던지며 어머니는 악에 받쳐 절규했습니다. 그 절규를 다시 읽는 지금, 저는 어머니의 얼굴이 생각나 다시 눈물이 납니다.

"너는 자식 안 키우냐. 자식 잃은 엄마 마음이 어떤지 알아? 국회의원이면 다야? 지나가는 개가 짖어도 이렇게 대우하지는 않겠다. 네가 이래가지고 천년만년 정치 해처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나와! 나와 이놈아!" (관련기사: "업무방해 고발하기 전에 의원실 나가요!")

군인 아들 잃은 유족이 반성문 쓰는 세상, 이런 비극 말이 되나요?

하지만 끝내 신지호 의원실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신지호 의원은 국회 사무처에 참 특별한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군 유족이 국회 의원회관을 출입할 수 없도록" 조치해 줄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러자 국회 사무처는 군 의문사 유족을 출입금지 명단에 올린 후 이들의 국회 의원회관 출입을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그러자 군 의문사 피해 유족들은 신지호 의원에게 사과하며 용서해 줄 것을 거듭 청하게 됩니다. 자식의 사인 규명이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조사기구가 폐지될지 모르는데, 이 통폐합 법안을 다룰 국회의원을 전혀 만날 길이 없자 참담하고 억울하지만 무릎을 꿇은 것입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존심이고 뭐고 다 필요 없는게 부모 아닙니까.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합니다. 신지호 의원에게 사과하고자 여러 번 국회를 찾았으나 만나주지 않으니 이번엔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족이 공개사과를 하기도 했다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회관 출입 금지가 풀리지 않자 이번엔 반성문까지 썼다고 합니다. "의원님에게 구두로 사과하는 것보다 서면으로 하는게 좋겠다"는 신지호 의원실 보좌관 조언에 따라 쓰게 된 반성문이었습니다.

2009년 6월 24일 등기 우편을 통해 신지호 의원실로 보내진 반성문에서 유족들은 "무슨 말로 사과문을 올려야 존경하는 의원님의 노여움과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는지 오직 송구할 뿐입니다"라며 "군 의문사 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발족되어 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신 의원님 집무실에서 고성 및 행패를 부려 신 의원님의 노여움과 명예 실추를 하게 되어 정말 머리 숙여 죄송할 뿐"이라고 썼다 합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다음 반성문은 더욱 가슴 아팠습니다. '젊고 유능하신 신 의원님'이라며 시작하는 이 글에서 유족들은 "다시 한 번 출입금지를 풀어주시기를 100번 사죄하며 애원할 뿐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신지호 의원님, 유가족으로서 진심으로 사과와 용서를 빌면서 국회 출입이 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시길 바랍니다"며 끝을 맺었습니다. 이 반성문을 쓰면서 유족 분들은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요?

군대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가 국회의원에게 반성문까지 쓰면서 조사 기구의 폐지만은 막아달라는 나라. 물론 신지호 의원이 요구한 일이 아니니 이 반성문에 어떤 표현이 들어갔는지는 신지호 의원에게 따질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 한 가지는 말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이후 군 의문사 부모들이 간청한 '국회 의원회관 출입금지'는 철회되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이후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사과문이 발송된 6월 이후 9월까지도 군 의문사 유족들의 '국회 의원회관 출입 금지'는 지속되었습니다. 당시 국회 사무처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요청한 출입금지 요구가 철회되지 않는 한, 사무처가 먼저 나서서 해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답변했다 합니다. (관련기사: "신 의원께 반성문 쓰고, 무릎까지 꿇었는데" 군의문사 유가족, 10개월째 국회 '출입금지')

결국 군 의문사 유족들은 이후 국가 인권위원회에 "국회청사 출입금지는 인권침해"라는 진정을 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0년 4월 26일 국가인권위는 "자의적인 국회청사 출입금지는 인권침해"라며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국회 사무처에 권고했고 이에 따라 해결되지 못한 국회 의원회관 출입 문제가 해결됩니다.

군인의 생명과 명예를 위해 싸워줄 국회의원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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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열하는 군 의문사 피해자의 어머니. 어려서부터 수재였던 이 어머니의 아들은 여전히 순직처리 되지 못하고 있다.
ⓒ 고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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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때가 왔습니다. 저마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각 당의 공천을 받아, 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방송 차량을 앞세우고 목청 높여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후보들의 주장만 다 모아 놓으면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경제부흥 국가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는 국회의원은 따로 있습니다. 저는 의무복무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군인의 인권과 생명을 지켜주는' 진짜 국회의원을 기대합니다. 300명의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 한 명 정도는 이런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이 선출되기를 진심으로 호소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징병할 권리가 있다면 그 군인을 징병한 이상, 무한 책임을 지는 양심적인 나라. 아프면 치료해 주고, 자신이 없으면 징병하지 않는 나라. 그런데 무조건 징병해 놓고 '아픈 건 네 책임'이라며 방치하다가 끝내 절망에 빠진 군인이 목숨을 끊으면 '의지가 약한 당신 자식'이라면서 시신만 덜렁 내주고 외면하는 잔인함을 저는 너무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68년간 외면해 온 약 3만9000여 명의 비 순직 군인들과 또 평균 4일에 한 명 꼴로 목숨을 끊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군대 인권 문제를 혁신적으로 바꿀 의지가 있는 국회의원이 이번 20대 국회에서 대거 당선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자식을 잃고 어린 아이처럼 우는 저 군 의문사 유족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실것을 청합니다. 고통받는 군 의문사 피해 유족에게 힘이 되어줄 든든한 국회의원, 책임을 회피하는 국방부와 국가에게는 국민 대신 나서서 강력히 항의해 주는 국회의원, 그런 국회의원이  나온다면 얼마나 고마울까요. 저는 그런 국회의원을 지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