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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일지

'까레라 플러스' 첫 비행! 헉? ..어렸을 때, 새 옷 입고 나갔다가 옷에 흙 묻히고 집에 오면 혼났는데.. 오늘은 마눌한테 혼나는거 아녀?

by skyrider 2015. 7. 29.

일시: 2015.7/26(일)

장소: 서독산 A이륙장

기상: 비오다 개임, 남서~북서 3~2m/s

체공: 32분

동행: 임승철씨,김유태씨 외 서독산 지기들

장비: 까레라+(진글라이더),코로나 하네스(에델)

 

 

 

아침부터 비가 쏟아진다. 윈드구루와 기상청 예보는 둘 다 비는 오후엔 그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윈드구루는 3시 경 남서에서 이후 북서 4~3m/s이나 기상청은 북풍이다.

내리는 비의 양으로 봐선 오후에도 개일 것 같지는 않으나 일단 윈드구루를 믿어보기로 하고 비공어르신께 전화를 드리니 컨디션이 좋지 않으신지 잠긴 목소리로 비도 오는데 오늘은 쉬시겠단다. 그 말씀을 들으니 나도 썩 내키지가 않는다. (에잇, 그럼 나도?)

 

약 한 달 전, 공중충돌 후 타던 기체가 걸레가 되어 폐기처분을 하고 바꾼 기종이니 오후 늦게 한강에나 나가서 좀 익숙해지도록 핸드링을 하다가 저녁에 손주들 데릴러 가면 되겠다 싶어 느긋하게 커피도 한 잔 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박상현 사장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서독산으로 나가고 있는데 정풍인데 바람이 좀 센듯하단다. (헉? 그럼 빨리 가야지!)

 

서둘러 장비를 챙겨 집을 나왔다. 역촌동을 지나는데 또 박사장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한 사람이 비행 중이고 동굴이륙장으로 가는 길은 꽉 막혀 A이륙장으로 오르는 중이란다. (애고 고마워라!) 

 

서부간선도로에 들어오니 약간 길이 막힌다. (마음은 급한데 이런?)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광명 KTX역사를 통과하여 서독터널 앞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인데 서독산 하늘엔 두둥실... 그야말로 환상의 패러 군무가 펼쳐지고 있다.

 

^^ 맑게 갠 하늘엔 글라이더 떼비행이 환상이다. 마음은 급한데... 신호등은 안 바뀌고..

 

서독터널을 들어오니 우측차선엔 차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있다. 이 차들이 전부 광명광산 동굴로 가는 차들이란 말인가? 여기서부터 밀리면 동굴이륙장으로 가서 비행하는 건 불가능하니 진짜 오랜 만에 A이륙장으로 올라가는 수 밖엔 없구만....

 

^^ 가학사거리도 꽉 막혀 경찰 두 명이서 진땀을 빼고 있다.

 

안양으로 가는 왼 쪽으로 꺾어 U턴을 해 농로로 접어들어야 되는데 안양 쪽에서 오는 차들이 빽빽히 밀려 있어 U턴도 쉽지가 않다. 창문을 내리고 겨우 양해를 구해 U턴을 해 끼어들기는 했는데 착륙장 농로로 가는 짧은 거리도 신호가 바뀌어도 차들이 꼼짝을 안 하는데다가 아랫배가 빵빵하여 안절부절!

 

겨우 차옆을 비집고 옆으로 빠져 농로로 들어가 우선 급한 용무부터 보고 착륙장으로 들어가니  쉼터에는 변인수 사장과 낯모르는 사람이 앉아있고 문사장은 막 착륙을 했다며 장비를 챙기고 있다. 문길선 사장이 오늘 더미비행을 했단다. 높이 고도를 잡고 있던 기체들은 없고 낮은 고도에 매달려 있는 날개만 몇 대 보인다. 아까 무전을 들으니 고수들은 수암봉으로 들 몰려 간 모양이다.

 

공사장 펜스 출입구 가깝게 차를 세우고 바로 장비를 챙겨 A이륙장으로 오르기 시작을 하는데 그동안 이리로는 동호인들이 잘 안올라가니 산길이 풀로 덥혀 좀 어둑해지면 길 찾기도 힘들 듯하다.

 

몇 년만에 A이륙장으로 올라가니 전에 오를 때와 시간을 비교하려고 부러 시간을 봐뒀다.(3시35분! 전에는 20분 걸렸는데... 오늘은 ??)

땀이 비오듯하고 숨소리는 옛 증기기관차 언덕 오르는 소리처럼 큰 소리가 나고... 한 번 쉬어 갈까 하다가도 예전 비공어르신이 7순 중반 쯤까지도 한 번도 안 쉬시고 오르셨는데 하는 생각에 억지로 참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급경사에서 한 번 무릎이 꺾여 땅에 닿고도 그대로 Go Go!

드디어 이륙장 코앞! 누군가가 인사를 한다. 이륙 대기자세로 있는 동호인이 한 분! 임승철씨인 듯... (시선은 땅에다 처박고 언젠가는 이륙장에 당도하겠지 하고 오르다 보니 이륙장에 누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장비를 벗어 내동댕이 치고 털썩 주저 앉았다. 시간을 보니 딱 27분이다. 아까는 바람이 좋더니 지금은 바람이 있다 없다 한단다. 비행하는 글라이더들도 몇 대 안되는데다가 모두 8~9부 능선에서 헤매고 있고... 아까 비행하는 글라이더들 무리중에는 박상현 사장의 까레라가 보이는 듯 했는데 지금은 안 보인다. 착륙을 한 건지, 수암봉으로 쨌는지...?

 

^^ 오랜 만에 보는 임승철씨! 바람을 기다리느라 더운 날씨에 뙈약 볕에서 벌(?)을 서고 있다.

 

간간이 써멀이 올라오다가 능선을 오르는 바람은 무풍인데 이륙장 맨 꼭대기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걸 보면 윗바람은 좀 있는 듯...

그동안 A이륙장을 이용하는 동호인들이 많지를 않으니 이륙장 활주로 앞의 잡초들이 무성하고 그 앞의 나무들도 크게 자라 약한 바람에 이륙을 하면 앞의 나무에 걸기 십상일 듯...

 

한 참을 기다리던 임승철씨가 하네스를 벗어놓고 올라와 나랑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고 있다가 바람이 좀 있는 듯하면 다시 내려가 하네스를 착용을 하고...

그러는 사이에 김유태씨가 올라왔다. 아까 힘들게 A이륙장에 올라와 2분 쫄비행을 했다고 억울해서 다시 올라 왔단다. 김유태씨도 비행욕심이 대단한 듯...

 

내가 KTX역사에서 신호 대기 중일 때만 해도 그렇게 재미나게들 비행을 하던 동호인들도 수암봉으로 짼 몇몇을 제외하곤 대부분 착륙을 했다. 김유태씨는 바람을 기다리는 우리들을 지켜보는 쉼터의 동호인이 한 둘이 아니라고 잘 이륙해야 한단다.

 

셋이서 한 참을 얘기를 하다 바람이 좀 올라오는 듯하니 임승철씨가 냅다 달린다. 그런데...??

 

^^ 아슬아슬! 윗바람은 좀 있기는 하지만 아래에서 올라오는 바람은 써멀성이라 금새 사라지는데... 걸릴 듯 말 듯... ???

 

^^ 아슬아슬하게 하네스 바닥으로 크게 자란 이륙장 앞의 나무들을 스치며 겨우 이륙을 했다. 휴~

 

김유태씨는 잘못하면 1시간은 또, 땀 흘릴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 바람이 약하니 능선엘 좀 빨리 붙였어야 되는데... 타이밍이 좀 늦은 듯...

 

짧게 릿지를 타다가 다시 되오는데 벌써 고도가 이륙장 보다 밑이다!

김유태씨가 나보고 먼저 나가란다. (김유태씨가 아직은 초보이니 김유태씨를 먼저 이륙 시키고 내가 이륙해야 되는 거 아닌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다가... 그럼 못 이기는 척, 새 날개를 이륙장에 깔았다.

 

이륙장 아래 쪽에서 올라오는 바람을 기다리다가 한 가닥 써멀성 바람을 타고 이륙! 가볍게 성공을 했다. 이륙하자마자 오른 쪽으로 틀어 바로 능선을 올라 탔다. 늦게 이륙한 동호인들이 다들 쫄비행을 했다고 해서 걱정이 되고  오늘 바람도 약한 편인데 양 쪽 조종줄에 전해져 오는 텐션이 빵빵한 것이 생각보다 느낌이 좋다.

동굴이륙장에는 두 사람이 이륙 준비중이다. 

 

^^ 까레라 플러스 첫비행! 처음으로 서독산 능선을 타는 날이니 기념으로 사진 한 장!

 

^^ 언제 비왔냐는 듯... 파아란 하늘에 강렬한 때깔이 산뜻하다.

 

아까 동굴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글라이더가 이륙해 나왔다.

 

^^ 누굴까? 그런데 색상이 내 글라이더랑 똑 같다.

 

^^ 애고! 착륙장으로 들어가네?

 

그런데 A이륙장까지 오는 동안 능선을 못 오른다. 다시 동굴 쪽으로 되 갔다 돌더니 그만 착륙장 행이다. 아이고! 광명동굴 광산 관람객들 차 때문에 엄청 밀렸을 텐데 힘들게 동굴이륙장으로 갔다가 쫄비행이라니...? 보는 내가 더 애석하다.

공사장 펜스를 못 넘나 했는데 다행히 펜스를 넘어 이진호씨 하우스 들어가는 초입에 무사히 안착을 했다!

 

^^ 동굴에서 두 번 째 동호인이 이륙해 나왔는데 이진호씨인 듯...

 

^^ A이륙장에는 혼자 남은 김유태씨가 아직도 바람을 기다리고 있고..

 

^^ 이진호씨는 역시 고수라 다르다. A이륙장 부근에서 써멀을 잡더니 한 방에 나보다 높은 고도를 잡았다!

 

^^ 한 참을 기다리던 김유태씨가 무사히 이륙해 나왔다. 이진호씨는 어느새 고도가 떨어졌다. 부러 스파이럴을 걸었나?

 

서독산 상공이 한가하니 비행하면서 산줄을 올려다 보며 산줄 구성을 살피고 살짝살짝 잡아 다녀 각각의 라이저 산줄 기능을 확인해 보고....

한 30분 가까이 비행을 한 후, 가학산 정자 쪽으로 한 번 건너가 보기로 했다.

 

^^ 산 기슭을 깎아 새로 만든 주차장이 만차다! 아직도 광산으로 들어가는 차들은 줄줄이 밀리고... 소각장 굴뚝연기는 바람이 남서에서 북북서로 바뀐 걸 보여준다.

 

그 옆의 동굴이륙장으로 올라가는 길은 주차장 공사 때문에 축대를 쌓는지 통행을 못하게 하고 그 대신 코끼리 차 길로 우회를 해서 올라가라 하더니 아직도 공사중이다.

 

^^ 광산동굴 입장 번호표를 받느라 기다리는 사람들 줄도 엄청 길다.

 

^^ 가학정자에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오전에 비가 엄청 쏟아졌으니 아예 등산길을 나선 사람들이 없었나 보다.

 

바람이 약하니 정자 부근을 돌아도 고도가 안 올라간다. 몇 번을 맴돌다 그만 다시 서독산으로 건너가려는데 이진호씨가 건너온다. 다시 건너가려고 디카를 집어넣는 바람에 이진호씨 사진을 못 찍었다. (진호씨, 미안!)

 

다시 서독산으로 건너와 약 4부 능선에 붙었는데 북북서로 변한 바람 때문에 고도가 안 올라간다. 애고 그럼 애쓰지 말고 그냥 착륙을 하자 맘을 먹었는데 고도는 더 떨어지고 잘못하면 터널 앞 도로도 못 건널까 싶어 비상 착륙할 곳을 둘러보기도 하고 했는데 내릴 데가 없으니 죽으나 사나 도로를 건너는 수밖엔...

 

걱정관 달리 도로를 무사히 건넜는데 공사장 길을 따라 내릴려고 보니 길을 가로지른 전선이 눈에 띠는데 저 걸 넘을 수 있을지 없을지? 오늘 처음 타는 글라이더라 L/D를 갸늠할 수가 없으니 할 수 없이 오른 쪽 펜스 안 쪽의 공사장 주차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사장 길은 진흙탕 길이다. 어쩔 수 없이 진흙탕 길에 내릴 수 밖에...ㅠㅠ

 

시간은 6시가 거의 되어 가는 시간이라 멀리 도로공사에 나갔던 트럭들이 인부들을 싣고 들어오는데 얼른 날개를 들어 길 옆으로 밀어내어 길을 비켜 줬더니 들어 오는 차량마다 운전자들이 한마디씩 한다. "여기 내리시면 안돼요!" 

 

간단히 "미안합니다!" 한마디 하면 될 걸 나도 새기체에 진흙탕 물을 묻혀 약이 오르는데 들어오는 차마다 잔소리를 하니 누군 내리고 싶어 내리느냐? 무동력이라 어쩔 수 없이 내리는 거라고.. 쏴붙였다.

 

그 중에 한 친구는 차를 주차 시켜 놓고는 다시 와서 저기 패러 관리하는 사람한테(아마도 문사장님을 두고 얘기하는 듯..)도 얘길 했는데 그래도 자꾸 여기에 내리면 할 수 없이 고발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 친구랑 입씨름 비슷하게 무동력 패러의 특성을 얘기하며 그럼 차들 씽씽 달리는 도로에 내릴 순 없지 않느냐고 했더니 이해는 하겠는데 그래도 앞으론 내리지 말라고 하며 돌아간다.

 

날개를 둘러메고 펜스 밖, 옛 착륙장에 내려 펼쳐 놓고 햇볕에 마르기를 기다리며 쉼터로 내려오니 오전에 그리도 비가 심하게 쏟아지는 날인데도 모두들 열심히 기상예보만 눈이 빠지게 들여다 봤는지 동호인들이 많이들 나왔다. 

 

캐노피를 이리 뒤적, 저리 뒤적거리며 말리고 있는데 뒤늦게 동굴로 올라 간 동호인들이 쫄비행으로들 들어 오는데 모두들 스릴 만점 착륙들을 한다.

 

^^ 애구, 간 떨어질 뻔! 창공의 조성빈씬가? 내가 공사장 길 위의 한가닥 전선 때문에 급 우턴을 하여 착륙을 했는데 과감히 전선을 흔들며 넘어 오더니 고압선 밑으로 아슬아슬 착륙!

 

^^ 누구지? 트라이브? 그 중 그래도 가장 안전하게 착륙을 ...

 

조재한 부장이 글라이더를 둘러메고 펜스를 돌아 공사장 안에서 나온다. 아까 나처럼 전선줄을 못 넘고 급히 우턴을 하더니 조부장이였나보다. 쉼터에서 박상현 사장님이 올라온다. 언제 내렸냐니까 수암봉으로 넘어 갔다가 오는 길이란다. 남고문등 아마도 수암봉 갔던 고수들이 남고문님 부인의 픽업으로 돌아들 온 듯하다.

 

조부장님 기체는 그래도 나처럼 진흙에 많이 젖지는 않았다. 휴지 좀 있느냐고 하더니 정성스럽게 물을 묻혀 닦아낸다. 나보고도 물로 닦아내고 말리란다.

 

나보다 먼저 까레라를 타고 있는 박상현씨에게 요즘 기체들은 공기흡입구 칸막이마다 뼈다구들이 들어 있어 뼈다귀가 안 꺾이게 개는 방법을 물어 봤더니 조부장의 기체로 뼈다귀 안 상하게 개는 법과 기체내피에 포장하는 법을 시범으로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니 지금 껏 귀찮아서 차에다 싣고만 다니던 내피에다 한 번 나도 포장을 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한참 얘기중인데 기체 한 대가 우리들 서 있는 펜스를 정말 걸릴락 말락 살짝 넘어오더니 주차돼 있는 승용차 본넷을 스치듯 내린다. 정말 아슬아슬한 묘기를 보는 듯하다. 내린 다음에 보니 창공의 김재완 팀장님이다.

 

^^ 좌측의 펜스와 승용차 본넷을 스치듯 지나 아슬아슬 착륙한 착륙의 묘기달인,김재완 창공팀장님!

 

날개를 이리 뒤적 저리 뒤적거리며 진흙을 말리고 있는데 쉼터에 있던 동호인들이 한 둘씩 돌아가고 이동영 사장도 차를 가질러 올라와 저녁 먹으러 간다고들 하는 데 안가실꺼냔다. 나야 원래 저녁을 간단히 때우는 사람이라 안 먹는다고 하고 손주들 데리러 가야 하니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로 아직 축축한 날개를 아까 박상현 사장님이 가르쳐 준대로 내피에 포장을 하여 장비를 꾸렸다. 헌 장비라면 신경을 덜 썼을 텐데 오늘 첫 비행하는 날개라 습기가 맘에 걸린다. 아무래도 시간을 내 한강에라도 나가 말려야 할 듯...

 

^^ 진흙 묻은 내 새 날개! (예전 어렸을 때 새옷 입고 나가 놀다 흙 묻혀서 돌아오면 야단 맞았는데... 우리 마눌한텐 쉿!... )

 

(집에 돌아 와 A이륙장에서 비행한 것이 언제였나 궁금하여 비행일지를 찾아보니... 어라? 희한하게도 2013년 7월26일 금요일이네? 그러니까 꼭 2년 전일쎄? 그 때는 주말에 비예보라 평일 비행을 어렵게 잡아 갔는데 마침 사격장에서 사격을 하여 A이륙장으로 올라갔었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