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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일지

내가 앞으로 착하게 살아야 할 이유!

by skyrider 2015. 7. 1.

일시: 2015.6/28(일)

장소: 서독산 동굴

기상: 남서서~북서서 4~5m/s

체공: 약 30여분?

동행: 비공어르신과 서독산 지기들 외 

 

 

 

어제는 좋았던 예보완 달리 오후에도 내내 동풍이 들어와 모처럼 토욜비행에 나선 홍기학상무가 허탕치고 갔는데 오늘 예보는 어제 보다 더 좋다. (설마 오늘도 어제처럼 틀리진 않겠지?)

 

비공어르신은 어제 장비를 문사장님네 하우스에 맡겨 놓으셔서 막바로 서독산에서 뵙기로 하고 바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나섰는데 광명역에 막 들어오는데 동굴이륙장으로 바로 올라오라는 어르신 전화다. 오늘 이병일 안산팀장이 곱창을 왕창 가져와 착륙장에서 곱창구이 파티를 한다더니 벌써 끝난 모양이다.

 

오늘도 광명동굴 탐방객들이 많아 이륙장으로 오르는 길은 꽉 막혔다. 아직 이륙 바람이 아닌지 비행하는 글라이더들은 안보인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동굴이륙장으로 오르는데 한량님 클럽차가 내려온다 누굴 픽업하러 가는 듯...

 

^^ 이정표에 활공장이 정식으로 표시가 돼 있네?  매번 이륙장을 오를 때마다 장비를 지고 땅만 보며 걷다보니 오늘 새삼 처음 본 듯...  광명시에서도, 군에서도 활공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단 증거겠지?  (근데?... 0.9km 라면..?... A이륙장을 말하는 듯?)

 

이륙장엔 수원골드윙 팀들도 오고 안산부라보팀에다 어제 비행들을 못해서 그런지 비행나온 동호인들이 많다.

 

^^ 늘 일찍 이륙하는 남건현고문이 오늘은 웬일인지 이제야 나가네?

 

그런데 바람이 깨끗하질 않다. 몇몇 비행중인 동호인들은 상공의 바람은 깨끗하다고 하는데 이륙장 바람은 그 게 아니다. 남고문이 나가고 나서 함둘라님이 장비를 펴 놓는데 어? 장비를 바꿨네? 먼저 타던 기종과 같은 M4라는데 요 번 것은 같은 M4라도 좀 더 업그레이드 된 거란다.

 

^^ 함둘라님도 이륙이 쉽지가 않다.

 

^^ 전인권씨가 대포같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여기저기 찍더니 언제 나도 찍혔네? 앞으로 찍사 임무교대를 해야할 거 같은 느낌!

 

^^ 함둘라님이 몇 번이나 날개를 들었다 놨다를 하고 있는 사이에 뒷편으로 이진호씨가 탑랜딩을 들어 온다.

 

함둘라님이 힘겹게 나갔다. 

 

^^ 골드윙 하재련 여자총무님이 나서는데 역시 바람이 심술 굳다. 상공에서는 부군이신 양팀장님이 부인이 이륙해 나오길 기다리며 이륙장 상공을 맴돈다.

 

하총무님이 나가고 나서 한량님이 텐덤 날개를 펴더니 "아들!" 하고 부른다. 어? 딸만 둘인 줄 알았는데 아들도 있었나 싶어 물어보니 남의 아들도 아들 아니냐며 웃는다.

 

^^ 한량님이 텐덤 이륙준비를 하고 있는데 학생은 긴장한 표정이다. 오늘 아버지와 딸까지 가족이 텐덤을 할 계획이란다.(아까 이 가족들을 픽업하러 내려갔었던 듯)

 

^^ 드디어 텐덤이 이륙을 했다! 이륙 전 표정은 겁먹었는데 그래도 남자라 비명소리는 안 낸다. ㅎㅎㅎ

 

^^ 리그전 선수인 매가님! 날개세우기가 여의치 않았지만 이륙을 하고...

 

^^ 헉? 오른 쪽 팁이 말리더니 오른 쪽으로 돈다???  결국 이륙 실패! 아무래도 선수용 날개이다보니 폭은 좁고 길이는 길고 두께는 얇아 깨끗하지 못한 바람에 민감하니...

 

매가님이 날개를 수습하고 있는 동안에 헬멧 쉴드고글에 버프까지 뒤집어 써 누군지 모를 동호인이 내게 인사를 하고 장비를 내려 놓는데 누구란 소린지 잘 못들었다. 다시 물을까 하다가 묻질 못하고 그냥 어색하게 인사를 받았다. 날개도 못 보던 날개이고...

 

^^ 누구지?

 

^^ 멋지게 이륙을 했다.

 

^^ 장비는 M4보다 한 단계 위인 M6란다. 보라색 때깔도 곱다. 낯선 동호인이 나가고 난 다음 오영진씨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이런? 청주에서 올라 온 허누씨란다.그런 줄도 모르고 어색하게 인사를 받았으니 허누씨도 뻘쭘했겠는 걸?

 

비공어르신이 장비를 내려 놓으셨다. 모두들 달려들어 어르신의 날개를 펴드린다. 오늘 바람이 순하질 않은데 무사히 골짜기를 빠져나가시길....!! 

 

^^ 아까 탑랜딩을 한 이진호씨가 비공어르신의 이륙을 돕는다.

 

^^ 좌우로 몇 번 흔들흔들하셨지만 그래도 무사히 이륙을 하셔서 골짜기를 빠져 나가시는데 약간 말린 오른 쪽 팁을 털어내시느라 신경을 쓰신다.

 

^^ 드디어 왼 쪽 능선사면으로 방향을 트신다. 요근래 몇 번 오실 때마다 쫄비행을 하셔서 오늘은 재미난 비행을 하셔야 할텐데...

 

^^ 매가님도 날개를 수습하여 다시 나가고..

 

^^ 드디어 비공어르신이 이륙장 상공에 나타나셨다. 오늘은 능선마루엘 제대로 오르셨으니 좋은 비행을 하실 듯...

 

^^ 남고문님은 오영진씨에게 빨리 올라 와 수리봉 가잔다. 오늘 기상이 수리봉 갈 기상은 되는 모양이지?. 그럼 나도 따라가?

 

^^ 오영진씨가 남고문 무전을 듣더니 정말 이륙준비를 한다. 오영진씨에게 내 이륙할 때까지 가면 안된다고 대못을 박아놨더니 난감해 한다. 농담이라니까 얼굴에 화색이 돈다 ㅎㅎㅎ

 

^^ 끝까지 날개를 올려다 보며 골짜기를 빠져나가는 오영진씨!

 

이제 오영진씨도 나갔으니 나도 준비를 해야지 싶어 장비를 챙기러 평상 쪽으로 건너오니 웬만큼 나갈 사람들은 거의 다 나가고 남은 사람은 몇 안된다.

 

^^ 늘 붙어다니는 천사부부가 뭐가 그리 좋은지 다정히 웃고 있다.

 

내가 이륙장 올라오기 전에 한차례 이륙실패를 했었다는 최윤권씨가 아직도 안 나가고 있다. 늘 서둘러 더미비행을 하다시피 하는 최윤권 씬데 아까 이륙실패를 심하게 했었나?

 

드디어 최윤권씨가 날개를 편다.

 

^^ 최윤권씨가 긴 다리로 성큼 성큼 달려나가 이륙을 한다.

 

이 후, 전인권씨도 나가고(이륙사진이 핀트가 안 맞아 못 올리게 되서 미안!) 한 사람 남은 낯모르는 동호인도 나가고 나서 오늘도 역시 내가 젤 막번이 됐다.

 

^^ 아까 탑랜딩을 해 쉬고 있다 다시 이륙을 했던 이진호씨가 내 이륙을 도와주려는지(?) 또 탑랜딩을 들어 오는데..

 

이륙장 뒤에서 접근을 할 때, 남고문 부인과 뭐라고 말을 주고 받다가 착륙타이밍을 놓쳤다. 남고문 부인이 "나가! 나가!" 한다. 이제 남고문 부인도 남편을 따라 활공장 나들이를 많이 하시다 보니 탑랜딩이 될지 안 될지도 다 짐작이 되는 도사가 됐다. 

 

^^ 어쩔 수 없이 이진호씨는 이륙장을 지나쳐 다시 나가고...

 

장비 셋팅을 끝내고 글라이더를 이륙장에 내려놨다. 누가 한 사람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오늘따라 뒤늦게 이륙장으로 올라오는 동호인도 없다. 할 수 없이 오늘은 내 혼자 이륙을 할 수 밖엔 없겠다 싶어 하네스를 멘 채 날개를 펴고 있자니 그 때까지 주차장으로 안 내려가고 지켜보던 남고문 부인이 내 날개를 펴주신다. (아이고, 고마워라!)

 

^^ 오늘 따라 바람이 깨끗하질 않으니 날개를 세웠다가 다시 내려 놓으면 그럴 때마다. 날개를 다시 펴야하고.. 남고문 부인이 애를 많이 쓰셨다.(전인권씨 부인이 내게 대포 카메라를 겨누고 있는 줄 몰랐네? 고맙습니다!) 

 

 

 

^^ 드디어 이륙! 성공!

 

이륙장 골짜기 바람이 깨끗하질 못해 왼 쪽 사면으로 바로 붙이질 못하고 골짜기를 거의 다 나갔다가 사면으로 붙이자니 고도가 잘 안 붙는다. 이러다가 쫄하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불안한 마음으로 사면에 붙여 조금씩 조금씩 고도를 올렸다. A이륙장 거의 다 가서야 비로서 능선엘 올랐다.다시 방향을 돌려 능선마루를 타며 디카를 꺼냈다.

 

^^ 오랜 만에 서독산 하늘에 글라이더들이 많으니 보기가 좋다.

 

그런데 그 많은 글라이더들 중에 비공어르신의 날개는 안 보인다. 애고 벌써 착륙을 하셨나 보다. 아까 분명히 능선을 타셨는데...? (나중에 여쭤보니 바람이 세고 거칠어 한 10여분 비행을 하시고 그냥 내려오셨단다.

 

^^ 아까 허누씬 줄도 모르고 인사를 건성으로 받았는데 사진이나 이쁘게 박아줘야지..ㅎㅎㅎ

 

^^ 허누씨의 M6 색깔이 곱다! 이때까지만 해도 왼쪽 상단에 보이는 내 날개, '트라이브' 왼쪽이 너덜너덜 걸레가 될 줄은 몰랐다.

 

^^ 남고문님과 매가님! 아까 남고문은 수리봉을 간다더니 어쩐 일인가 하고 무전으로 물으니 수리봉 건너 갈 고도가 안 나온단다.

 

^^ 우 남고문, 좌 매가... 두 고수를 거느리고 날고 있는 나! ㅎㅎㅎ, 전인권 씨 부인이 동굴이륙장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며 찍어줬다! 고마워유~

 

 

 

^^ 아까보다도 고도들이 많이 까졌다. 서독산보다는 가학산 쪽의 글라이더들이 고도가 좋다. 그럼 나도 건너가야지...

 

^^ 가학산으로 건너가는 중에 동굴이륙장 뒷편에 뭔가 하나가 매미가 된 듯하다. 누구지?... 자세히 보니 이진호씨인 듯...

 

아마도 다시 탑랜딩하려고 접근하다 걸은 모양이다. 누가 도와 줄 사람이라도 있나? 

가학산 정자에는 오늘은 별로 사람들이 많질않다. 광산입구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 소각로 주차장도 만차! 입장을 기다리는 줄도 길게 늘어서 있고...

 

^^ 정자 위를 몇 바퀴 돌고 다시 서독산으로 돌아오는 중에 내려다 보니 광산쪽으로 들어 오는 길은 차들로 꽉 막혔다.

 

다시 가학산과 서독산 사이 계곡을 건너오느라 고도가 많이 낮아졌는데 A이륙장 부근까지 가니까 상승기류가 좀 있는 듯하다. 여기서 고도를 좀 올리려고 우턴 써클링을 했다. 한 바퀴 돌리니 약간 올라간다. 두 바퀴째 돌려 다시 능선 쪽으로 돌아서는데... 내 날개 윗쪽으로 기체 한 대가 나타났는데 가깝긴 하지만 잘 하면 내 날개 위로 그냥 지나칠 것도 같아 별 걱정을 안했다.

 

그런데, 헉? 내 날개를 확 낚아챈다. (이크 클났네! 내 날개 왼 쪽을 상대방의 뻔데기 코쿤이 끌고 가는 듯) 얼른 레스큐 손잡이를 잡아 당겨, 던졌는데...?  기다려도 반응이 없다.(초보자 시절 유명산에서 얼떨결에 레스큐 손잡이를 잘못 건드려 나도 모르게 레스큐가 빠진 경험이 있었는데 그 경험에 의하면 느닷없이 내 목덜미를 낚아채 듯 해야 하는데...?)

 

떨어지는 건지, 끌려가는 건지(상대의 날개는 살아있으니) 모르겠는데 상대방의 노란 레스큐가 펴지는 게 언뜻 보인다.  그나마 둘이 함께 저 레스큐에 매달린 셈이되니 일단은 자유낙하는 면했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는데 잠시 뒤 바로 상대의 레스큐가 멀어진다. 헉? 그럼 상대방과 분리?

 

순간적으로 '흠 이렇게 죽는구나, 내 불러그에 미리 유언을 남겨놓길 잘했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든다. 눈을 감았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멘붕이 온다든가 하진 않고 슬로우비디오같이 시간이 늦게 가는듯 하다 

 

그냥 떨어지는 거라면 벌써 떨어졌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자유낙하 느낌은 아니다. 라이저뭉치가 위로 텐션이 걸려 있는 걸 보면 내 날개가 아직은 위에 있나보다 싶어 눈을 떠 올려다 보니 왼 쪽, 약 40% 정도의 날개는 걸레조각이 되어 휘날리고 오른 쪽 약 60% 정도의 날개는 살아있다. (오라! 저 쪼가리 날개가 내 레스큐 역활을 해 주고 있구나!)

 

^^ 비행중인 매가님이 마침 쪼가리에 매달려 서독산 뒷편으로 낙하하고 있는 날 포착! (상단은 상대방 레스큐,하단 오른 쪽은 나!)

 

내 몸은 살아있는 오른 쪽 비너에 매달려 왼 쪽으로 기울어 있는데 오른 쪽 날개가 살아 났으니 왼쪽으로 스파이럴이 될까 싶어 살아있는 라이져 뭉치에 죽자사자 매달려야겠다는 생각에 오른 쪽 라이져 뭉치를 잡았는데 왼 쪽 하네스 멜빵 때문에 완전히 오른 쪽으로 체중이 실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왼 쪽 멜빵을 벗어 버리고 오른 쪽 라이져 뭉치에 체중을 실어 매달리다시피 했다.

 

그리곤 낙하를 하는 방향을 가늠해 보니 내가 바람방향에 밀려 산능선을 넘어가는 듯 한데 그럼 충돌한 지점을 감안해 보면 이거 내가 부대안 나무 없는 곳으로 들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살짝 든다. 전에 착지 순간 혀를 깨물었던 유명산 때의 경험에 비추어 이를 꽉 다물어야겠다는 생각에 어금니에 힘을 주었다.

 

^^ 상단 상대방 레스큐는 나무에 걸린 거 같고 하단의 나는 계속 낙하하며 밀려 내려가고 있는데 사진을 보니 광명역 쪽의 도로 쪽으로 가고 있는 듯..(나중에 모두들 내가 도로에 내리면 차량에 의한 2차사고를 당할까 봐 무척 들 걱정을 했단다)

 

 

나는 내가 도로 쪽으로 내려 가고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충돌한 상공 위치로 볼 때 부대 안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어금니에 더욱 힘을 주고...

 

드디어 나무 숲속으로 내 몸이 빨려들어가다가 휘청하며 낙하를 멈췄다.('하느님 고맙습니다' 감사기도가 절로 나온다)

 

^^ 휴~ 다행히 도로 바로 전에 걸렸다!(사진 중앙,터널 위 왼 쪽 하얀 점)

 

왼 쪽에 내 팔뚝정도 굵기의 나무줄기에 내가 붙었는데 얼른 왼 팔 겨드랑이 사이에 가지를 껴 안고 오른 쪽 손으로 가까이에 있는 다른 나무 가지를 끌어 당겨 겨드랑이에 껴 안고 오른 쪽 나무줄기를 끌어 당겨 발을 나무 가지에 짚었다. 그런데 몸이 자꾸만 빠진다. 같은 나무가 아니라서 휘청거리니 버티기가 힘들어 윗쪽의 날개가 나뭇가지에 걸린 상태를 보니 좀 밑으로 떨어져도 쏙 빠지진 않을 듯 싶어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나무 가지들을 풀었다.

 

 

출렁하며 약간 더 밑으로 떨어졌는데 아까보단 줄기가 좀 더 굵어 버티기가 좀 낫다. 왼 쪽 팔과 왼 쪽 발은 각각 다른 나무에, 그리고 오른 쪽 팔과 발은 또 다른 나무에... 세 구루의 나무에 의지하고 나서야 무전기 PTT를 눌렀다. 아무도 응신을 않는다. (산 뒤라서 그런가?)

 

그런데 핸폰이 울린다.핸폰을 받으려고 목에 건 불루투스 이어폰을 찾으니 손에 안 잡힌다. 핸폰은 자꾸 울리는데 바지 주머니 속의 핸 폰은 꺼낼 수가 없고 이어폰은 안 잡히고...  아까 왼 쪽 하네스 멜빵을 벗을 때 목에 걸린 이어폰이 멜빵속으로 딸려들어가 내 왼 쪽 등뒤 어딘가에 있나보다.

 

한참을 울리던 핸폰소리도 끝나고.. 동호인들이 무척 걱정을 할 것 같은데 무사하다는 걸 알릴 방법이 없다. 몸은 자꾸 오른 쪽 밑으로 빠질려고 하니 오른 쪽 겨드랑이에 힘을 주어 다시 몸을 끌어 올리고 오른 쪽 발엔 힘이 더 들어 간다. 상대는 괜찮은지? 상대가 누군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통신 두절상태니 어쩔 수 없이 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엔 다른 방법이 없다.

 

밑으로 빠지는 오른 쪽 몸을 겨드랑이에 힘을 줘 끌어 올리기를 몇 번을 더 하고 났는데 오른 쪽에서 사람 소리가 난다. 나를 찾는 듯.. (아이구 반가워..) 얼른 소리를 질렀다. "여기요! 여기!" 구조대가 방향을 잡을 수 있게 계속 외쳤다.

 

드디어 두 사람이 나타났다. 밑을 내려다 볼 수가 없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한 사람은 이충진씨 목소리 같기도 하고... 다친 데 없느냐고 물어 난 괜찮은데 상대는 안 다쳤냐고 물으니 괜찮단다.,(휴~ 다행!) 누구냐고 물으니 전인권씨란다. (헉? 천사부부 전인권씨?)

 

톱은 있느냐고 물어 있다고 하고 하네스 오른 쪽에 넣어 논 톱을 힘들게 빼내어 던질까 하고 물으니 그냥 가지고 있으란다. 무척 나무가 높단다. 내가 걸쳐 있는 나무들은 밑에 가지들이 별로 없어 오르기가 쉽지 않은 듯... 하네스 왼 쪽 포켓에서 로프를 꺼내려니 왼 쪽 멜빵을 벗어 쉽지가 않다. 다시 힘들게 로프를 꺼내어 비너가 달린 한 쪽은 윗 나뭇가지 사이에 걸쳐 하네스 오른 쪽 비너에 걸고 나머지 로푸를 밑으로 늘어뜨려 주니 그래도 나무가 높아 밑에 안 닿는단다. 로프에 체중을 좀 실어 왼 쪽 멜빵을 찾아 어깨에 맸다.

 

한 참 후 오른 쪽의 다른 나무를 타고 누가 올라왔는데 보니 만물상님이다. 톱을 달라는데 잘못 던지면 떨어뜨릴 것 같아 만물상님이 건네는 가느다란 줄에 톱날을 걸어 감아 만물상님에게 전달을 했다. 산줄이 걸린 나뭇가지를 쳐 날개를 수거하려 하는 것 같아 어차피 기체는 너덜너덜하여 수리비가 더 들 것 같으니 산 줄을 끊으라고 했다.

 

밑에선 누군가가 다른 나무엘 올라와 로프를 확보한 거 같다. 조금씩 조금씩 나를 내려 보겠단다. 그 사이에 다른 동호인들이 많이들 왔다. 조금씩 조금씩 로프에 매달려 지상에 발을 내 딛는 순간, 오른 발에 힘이 빠져 풀썩 주저 앉았다. (애고 고마워라!)

 

여기저기 약간씩 긁힌 데는 있지만 그거야 문제 될 것이 없고 모두들 다행이라더니, 내 오른 쪽 목덜미에서 앞 목까지 화상 흔적이 있단다. 아직 목 아픈 줄은 모르겠는데 오른 쪽 어깨 겨드랑이 있는 곳이 몹시 쓰리다.

 

목의 화상은 아마도 상대에게 끌려가며 내 오른 쪽 라이저 산줄이 목을 스치면서 난 화상인 듯하다.

 

^^ 이충진씨가 하네스에 걸린 끊어진 산줄을 정리해 준다.

 

나중에 도착한 구조대에게 전인권씨 안부를 물으니 안전한 건 확인이 됐는데 그 쪽으로 나선 구조대가 아직 전인권씨를 못 찾았단다. 내가 먼저 구조가 된 셈이다.

 

높은 나무에 걸린 기체 수거 때문에 걱정을 하기에 그냥 폐기할 거니 힘들게 회수할 필요 없이 그냥 놔 둬도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문길선사장이 그래도 보기 흉하니 걷어야 된단다. 그래서 그 높은 나무를 어떻게 오르나 걱정들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처음 본 동호인이 허리띠를 풀더니 나무기둥에 두르고 양쪽 손목에 걸어 움켜 잡더니 성큼성큼 나무를 탄다. 모두들 그 솜씨에 감탄을 한다. 이진호씨의 다람쥐라는 닉네임을 이제 양보해야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얘길 들으니 골드윙 팀의 동호인인데 닉네임이 전봇대란다. (나중에 얘길 들으니 군에서 통신병과로 전화선 설치,보수를 해 전봇대를 오르내리는 게 일과였단다)  그 양반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너덜너덜하지만 내 목숨을 구해 준 날개 회수가 끝났다. 그런데 이상하게 레스큐의 산줄은 다 빠져 나왔는데 보조산을 싸고 있는 피가 안 벗겨지고 손잡이까지 달린 상태 그대로다! (이상하네? 왜 안 펴졌을까? 매가님은 내가 손잡이를 빼내기만 하고 던지질 못 한 거 아니냔다) 

 

터널 앞에 차가 두 대나 와 있다.착륙장으로 돌아오니 걱정을 하시며 기다리고 계시던 비공어르신을 비롯한 동호인 모두들 다행이라고 한 마디 씩 해준다. (애고, 모두에게 걱정을 끼쳐 얼굴을 못 들겠네?)

 

전인권씨 구조가 끝나면 내가 식사를 살테니 모두들 같이 가자고 하고 문사장에게 식당 물색을 부탁했다. 모두들 수거해 온 기체를 들어 살펴 보며 수리가 안되겠냐는데 

몇몇 고수들은 수리비가 더 들거란다. 내 생각도 그렇고 해서 오영진씨가 폐기 된 날개로 윈드색을 만들 줄 안다고 해 오영진씨에게 물으니 재봉틀이 없단다.그럼 문사장께 약 4년 가까이 탄 내 '트라이브'의 최후(?)를 부탁했다.

 

전인권 씨 쪽의 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기다리던 동호인들이 자꾸만 일이 있다고 먼저들 간단다. 오늘 나무 타는 신기를 보여주신 이의수씨가 있는 골드윙 팀들도 먼저들 간다고 하고... 이병일씨도 아들을 기숙사에 데려다 줘야 된다고 가고...오영진씨도, 최윤권씨도... 함둘라님도...먼저들 간다고 갔다.

안되겠다 싶어 전인권씨 팀은 나중에 오라고 하고 먼저들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남고문 차를 앞장 세워 금천식당 행!

 

^^ 전인권씨네 구조팀도 이내 도착을 하고.. 술 한 잔씩을 따라 고맙다는 인삿말과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라는 말로 건배구호를 외치고 건배!

 

^^ 나랑은 운동장 입성동기인 전인권씨가 이젠 새로 얻은 덤 인생의 동기가 됐다. 아무래도 천사부부가 쌓아 놓은 덕 때문에 오늘 사고의 결과가 좋았던 듯...나는 씻어야 될 죄가 많아 더 씻고 오라고 목숨을 덤으로 더 주신 거 같고...

 

공중 충돌 시 대처법, 레스큐 던지는 방법 등 많은 얘기들을 안주로 하여 얘기 꽃을 피우는데 집사람한테서 전화가 온다. 오늘 손주들 데릴러 가야되는데 몇 시까지 올 수 있냐는 전화다.  계산을 미리 하러 갔더니 생각보다 좀 싸다 싶다?  아무튼 먼저 간다고 양해를 구하고 일어났는데 알고 보니 여기는 구내에 있는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와 식탁에 앉아 자릿세와 술 기타 다른 안주, 냉면등 식사등을 내는 집인 듯 싶다.전인권씨가 고기값은 미리 치룬 모양이다. (어쩐지 싸다 했더니... 난 그럼 껍데기만 산거네?)

 

차를 타고 아들네로 달리며 만나는 모든 사물들이 새삼스럽고 고맙다. "고맙습니다 하느님!"

집에 와서 만나는 손주들, 모든 가족들이 다 새롭다. 당분간 마눌한텐 비밀로 하고... 안 놀라게 얘기를 해야하는데...(그래야 새로 마련할 장비 결제를 받지..ㅎㅎ)